서규영도 박유준의 성적을 무척 신경 쓰고 있었다.
예전에 고나율 때문에 그 반 학생들의 상황도 다 꿰뚫고 있었기에 박유준이 늘 학년 1등이었던 걸 알고 있었다.
이번에 성적이 그렇게 떨어진 건 서규영에게도 의외였다.
다행히 마지막 모의고사에서는 다시 학년 1등으로 돌아왔다.
박유준은 돌아오자마자 시험 점수와 순위를 직접 서규영에게 보여주었다.
서규영은 얼굴 가득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유준아, 너 수능에서 평소 실력만 내면 청빈 대학은 무조건 문제없어.”
키 크고 마른 소년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꼭 청빈 대학에 붙을게요.”
서규영은 성적표를 한 번 더 훑어봤다.
그런데 고나율의 이름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고나율은 어땠어? 왜 성적표에 이름이 없지?”
고나율이 이 반으로 전학 왔을 때 성적은 반에서 꼴찌였다.
서규영은 그녀를 위해 아낌없이 시간을 쏟았다.
공부 계획을 세워주고 밤새 틀린 문제를 함께 정리하며 약한 부분을 찾아내어 맞춤형으로 지도했다.
그렇게 해서 고나율을 반 상위 5위권까지 끌어올렸다.
그녀의 학업을 위해 쏟은 서규영의 정성과 노력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이 학생이었을 때보다 백 배는 더 힘들었다.
하지만 정작 돌아온 건 고마움이 아니었다.
고나율은 한 번도 감사의 말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엄격함을 불평했다.
그때 박유준이 말했다.
“고나율은 그날 이후로 학교에 한 번도 안 왔어요.”
서규영은 놀라움에 짧게 대답했을 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차피 이제 그녀와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
한편 고태빈은 회사에서 또다시 장경희의 전화 폭격을 받았다.
정말 집에서 오는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
항상 사소한 일로 귀찮게 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의 회사는 곧 상장을 앞두고 있었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였다.
요즘 그는 하루하루가 전쟁터였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박해은이 이미 회사에 들어와 업무를 분담해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역시 엘루이 명문대 출신답게 전문 능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