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화

서규영은 모두의 제각각인 표정을 보았다. 그들이 자신을 마치 괴물이라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시선이 집중되던 그때 사람들이 갑자기 동시에 일어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리더!” 서규영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순식간에 얼굴들이 달라졌고 눈빛엔 맑은 존경심이 가득했다. “리더, 그거 어떻게 고친 거예요? 빨리 좀 알려주세요!” “리더, 어디서 배운 거예요? 저를 제자로 받아주시면 안 돼요?” “리더, 제발 사인 한 번만 해주세요. 침대 머리맡에 두고 매일 향 세 개 피워서 모실게요.” 원래 서규영 옆에 서 있던 육지우는 1분도 안 돼서 사람들 사이에 밀려나 3미터쯤 떨어져 있었다. 육지우는 아무 말도 못했고 서규영도 어이가 없었다. 출근 첫날 이유도 모른 채 기술팀의 리더가 되어버렸다. 오후 내내 그녀는 그들을 도와 각종 난제를 해결했다. 3년 동안 현실에서 멀어져 있던 자신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거로 생각했는데 막상 나와보니 상대가 될 만한 사람조차 없었다. 하지만 서규영은 무척 즐거웠다. 아마 지난 3년 중 가장 행복한 하루였다. 퇴근 무렵, 서규영은 문자 하나를 받았다. 박시형이 보낸 것이었다. [이따 같이 집에 갈래?] 서규영은 오늘은 직접 차를 몰고 왔기에 거절했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박시형의 관계를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업무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서규영과 박시형은 거의 동시에 집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박시형이 다가왔다. 늘 느긋한 웃음이 얼굴에 번져 있었지만 오늘은 드물게 부드러운 기운이 섞여 있었다. “첫 출근 어땠어?” 서규영의 기분은 아주 상쾌했다. “아주 좋아.” 박시형은 여우처럼 웃으며 몸을 기울였다. “그럼 더 좋게 해줄까?” 서규영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요즘 말투가 완전 건달 같네.” “부부끼리 뭐 어때.” 둘은 웃고 떠들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거실 탁자 위에 앉아 있는 박유준을 보았다. 박시형은 그의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