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1장 정기탁

“한 씨라고요?” 한씨 성을 가졌다는 말에 나는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고 이내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한재준이라면 분명 안후 그룹을 감시하러 온 것이다. 게다가 안민혁에 대한 일은 사소한 것 하나라도 직접 확인한다고 들었고 이미 서류를 다 뒤져봤다고 한다. 아마 우리와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사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개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안민혁이 살인 사건에 연루된 건 꽤 큰 영향을 가져올 수 있지만 그런데도 따로 감사팀을 꾸려서 조사할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아직 확실한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게다가 지금 허가 심사에도 문제가 생겼으니 정말 산 넘어 산인 것 같았다. 순간 나는 안민혁이 나에게 돈만 챙겨서 도망가라는 말이 떠올랐고 어쩌면 그 말이 농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하고 복잡했고, 어쩌면 안민혁은 내가 그 일들에 말려들지 않기를 바란 거일지도 모른다. 주선희는 어느새 어두워진 내 표정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강 대표님, 관계 개선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천천히 두 눈을 감고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 전과 같은 심사 과정이라면 우리가 뒤에서 좀 찔러줘도 별문제 될 게 없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경거망동하다가는 자칫하면 약점을 잡힐 수 있다. 내가 정재현에게 돈을 건넨 사건이 아직 진행 중인 와중에 살인 사건도 연루되었으니, 경찰은 지금 내 행동 하나하나 주시하고 있을 게 뻔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회사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라도 퍼지면 상황은 더 안 좋아진다. “주 과장님, 하던 대로 해요. 위쪽에서 심사를 기각해도 일단 최선을 다해 쟁취해요. 그리고 혹시라도 다른 문제가 있으면 바로 나한테 보고해요.” “뒷거래는 물론이고 지인을 통해 부탁하는 것도 안 돼요. 모든 상황에는 제삼자가 동행해야 하고 절대 혼자 나서지 말아요. 아시겠어요?” 내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였는지 어느새 주선희도 무거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