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5장 스파이

이시연은 놀란 마음에 손을 살짝 떠는 것 같았고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뒤쪽 벽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에 침실이 있다고요? 저는 처음 듣는 얘기예요.” 서민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내 마음속 불안한 예감은 점점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래도 병원에 가는 편이 낫겠어요. 언니랑 형부도 자꾸 불시 검문을 하고 잠까지 사무실에서 자면 정말 회사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말을 마친 나는 다시 고개를 숙여 서류에 집중했고 서민정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젯밤 내가 정말 회사에 없었다는 걸 확인하고 마음이 놓인 것 같았다. 이시연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희주 씨, 서 비서님이 눈치챈 건 아니겠죠?”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눈치채지는 못한 것 같았다. 사무실에서 나간 서민정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비서팀 직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 그분께 전화해 내가 규정에 어긋나는 일을 하려 한다고 보고했겠지. 나는 옷을 갈아입고 바로 서류를 챙겨 들고 주선희의 사무실로 향했다. 주선희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고 어젯밤 잠을 설친 듯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그리고 나를 보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강 대표님, 허가 심사 부분은...” 나는 손을 들어 그녀에게 들어가서 얘기하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침에 나는 상대방 회사의 일을 다시 한번 철저하게 조사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봐도 그 사건에 관련된 뉴스는 별로 없었고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물어서야 대충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다. 안후 그룹과 협업한 회사는 정말 거짓 허가를 조작했고 돈을 챙겨서 야반도주했다. 그때는 안후 그룹이 프로젝트의 많은 부분을 맡고 있었고 중요한 서류에 사인한 것도 안후 그룹 직원들이라 하마터면 이번 일에 같이 엮일 뻔했다. 다행히도 조사팀의 조사 결과 안후 그룹은 이번 일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