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0장 똑같은 수법

안민혁이 이사회에 참석하러 가서 이번 일은 내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유선영은 분명 동영상을 이미 확보한 게 틀림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겠지. 자리에 앉아 멍때리고 있던 이시연은 다급한 내 목소리에 바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이시연은 운전하면서 지체할세라 룸메이트한테 전화를 걸었고 예상치 못한 대답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 “희주 씨, 큰일 났어요. 어제저녁 룸메이트들이 친구 생일이라 다 같이 외박했는데 아까 숙소로 들어가 보니 도둑이 들었다고 했어요.” “지금은 경찰이 출동해서 현장을 조사하고 있고 도난당한 물건이 꽤 많다는 것 같아요. 제 옷장 안에 있던 물건들도 전부 없어졌고요.” 이시연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자 이승혁이 먼저 도착해서 경찰에게 상황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이시연이 들어가자 다소 의아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이시연이 먼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도 이 숙소에 살아요. 자주 돌아오는 건 아니지만 제 물건도 모두 도난당했어요.” 그러자 경찰이 이시연을 데리고 숙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나도 자연스레 그들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숙소 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옷가지와 가방, 신발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숙소 안에 있던 모든 전자기기와 화장품이 도난당했다. 그중 제일 깨끗이 털린 건 다름 아닌 이시연의 옷장이었다. 옷장 안은 이미 완전히 비어 있었고 그뿐만 아니라 옷장에 걸어둔 자물쇠까지 종적을 감추었다. 경찰은 조사 일지를 작성해야 해서 이시연에게 구체적으로 무슨 물건이 없어졌는지 물어보고 있었고 나는 바로 고개를 돌려 숙소를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안민혁의 성격상 순순히 타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선영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그리고 정말 노트북에 있는 모든 동영상이 공개되는 날이면, 안민혁은 다시 한번 구치소에 수감될지도 모른다. 나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경찰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