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은 그 말에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절대 돈을 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연이 돈이 하나도 없으니 방법이 없었다.
이연은 오빠 이강이 잠잠해진 것을 보고 ‘초설’의 손을 잡고 병실을 나섰다.
두 사람은 함께 지하 차고에 도착했다. 이연은 차에 타자마자 원아를 보고 말했다.
“초설 씨, 미안해요. 우리 오빠 때문에 기분 나빴죠?”
“괜찮아요.”
원아는 안전벨트를 매며 이연을 위로했다.
“집집마다 이런저런 고충이 있는 법이죠. 전 이해할 수 있어요.”
이연은 한숨을 쉬며 속도를 높였다.
“우리 오빠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오빠가 초설 씨한테 마음이 있나 봐요. 꼭 조심하세요.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제게 말해 주시구요. 제가 오빠를 단속할게요.”
“이연 씨 오빠는 제게 아무 것도 못할 거예요.”
원아는 그가 만약 무슨 짓을 저지르려 한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연은 여전히 ‘초설’에게 미안했다. 어쨌든 그는 자기 오빠였다…….
‘초설 씨가 오늘 병원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오빠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야.’
“어쨌든 조심하세요. 우리 오빠는 감옥에 갔다 온 이후로 예전의 오빠가 아니에요. 지금은 저도 오빠를 조심하고 있어요.”
이연이 오빠 이강을 조심하지 않았다면 지금 살고 있는 별장에서 돈이 될 만한 것들은 진작 사라졌을 것이다.
원아가 웃으며 말했다.
“이연 씨 오빠에게도 일자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소개시켜 준 적이 있는데 워낙 게을러서 오래 버티지 못하더라고요.”
이연은 한숨을 쉬며 그녀를 아파트 동 입구까지 데려다 주었다.
원아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이연이 떠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천천히 집으로 들어갔다.
순간 전에 이강과 함께 외국에서 유학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이강은 자신을 존중해 주었다. 게다가 점잖고 예절 발랐으며 싫다는 것은 절대 강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강에게서 어떤 나쁜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강은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그와 보낸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