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53화 번역

30분 후에 병실 문이 열렸다. 원아는 잠이 들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눈을 뜨자 침대 맡에 문소남이 서 있었다. “문 대표님...” 원아가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소남 씨가 무슨 일이지?’ 소남은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는 노트북과 문서 파일을 바라봤다. 문서 파일에는 T그룹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이게 뭐죠?” “아, 문서를 번역 중이었어요.” 원아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속으로는 그가 왜 여기에 왔는지 궁금했다. ‘잠 잘 시간은 아니지만 지금 이 시간이면 고택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을 시간인데.’ ‘고택에서 여기 병원까지는 거리가 꽤 먼데.’ 소남은 서류를 확인하고는 그것이 자신이 동준에게 맡긴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회사에서 R국 번역을 맡고 있는 여직원의 출산휴가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 동준에게 맡겼다. 그도 R국 말을 조금은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일을 원아에게 맡기다니! 소남은 서류를 손에 든 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원아가 일어나 앉았다. “뭐 하려고 그래요?” 그가 물었다. 원아는 소남 때문에 어차피 편히 잘 수도 없었다. “일어나서 다시 번역을 시작하려고요.” 소남은 깊은 눈빛으로 명령하듯 말했다. “다시 누워요.” “네?” 원아는 몸을 반쯤 일으킨 채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소남은 서류 한 부를 든 채 다른 손으로 노트북을 집어 들었다. “이건 염 교수가 할 필요 없어요. 어서 쉬어요.” 원아는 그가 자기 대신 번역 일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남도 R국 말을 할 줄 알았다. 심지어 원아보다 실력이 더 좋다. 그러니 그가 번역한다면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동준에게 일을 맡긴 걸 보면 할 일이 많아 바빴던 것이 분명하다. 소남은 노트북과 서류를 들고 한쪽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노트북을 여니 전원이 켜진 상태였다. 화면에 번역 중이던 서류가 떴다. 그는 이어서 번역하기 시작했다. 원아는 말없이 소파에 앉아 일하는 소남을 보면서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