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욕하게 내버려둬

다음 날, 인터넷이 뒤집어졌다. 교묘한 각도의 사진 몇 장에 자극적인 문구가 붙어 모든 SNS를 순식간에 휩쓸었다. [충격! 진도 그룹 대표와 임다은이 드디어 결실? 소꿉친구 재결합!] 사진 속 임다은은 핼쑥한 얼굴로 무언가에 기대 있고, 진태경은 결연히 돌아서는 뒷모습뿐이었다. 다른 한 장에는 병원 복도에서 진태경의 큰 그림자가 병상 위 임다은을 덮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만으로도 이야기가 완성됐다. 맥락을 잘라먹고 미리 설계한 상황이 되게끔 말하는 게 바로 파파라치의 능력이었다. 오늘도 그들은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기사 문장마다 두 사람이 깊이 사랑하고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암시가 줄줄이 붙었고 곧 화살은 블루오션테크놀로지의 강지연에게로 꺾였다. [소문: 블루오션 강지연이 끼어들어 결혼이 미뤄졌어.] 더럽혀진 물 한 바가지를 빠르고도 독하게 강지연에게 끼얹은 셈이었다. 진태경과 강지연의 3년간의 비밀 결혼은 아무도 몰랐다. 대중 눈에 진태경은 여전히 금수저였고 임다은은 오랫동안 얽혀온 정식 여자 친구였다. 그사이 불쑥 나타난 강지연은 단박에 불미스러운 내연녀가 되었다. “강지연이 누구야? 얼굴 믿고 올라타려는 거 아니야? 진 대표의 옆자리가 그리 만만해?” “임다은이 불쌍하네. 몸도 약한데 내연녀 문제까지 시달리네.” “진 대표님, 빨리 공식 발표해요! 벼락출세 노리는 강지연의 기세부터 좀 꺾어야 해요!” “블루오션은 정말 반대야. 대표의 인성이 저 따위인데 회사인들 뭐가 좋은 거겠어?” 진태경과 임다은의 결혼을 재촉하는 목소리는 파도처럼 연달아 밀려왔다. 블루오션테크놀로지 문 앞. 홍보팀에는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 왔고 회사 로비는 각종 매체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표실에서 차승준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방을 서성이다가 태블릿을 탁자에 쾅 내던졌다. 화면에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쓰린 댓글들이 줄줄이 떠 있었다. ‘눈먼 악플러들, 그리고 진태경 저 인간 같으니라고.’ 차승준은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도록 두고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