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화 가서 알아봐

사무실 공기는 금세 얼음처럼 굳어졌다. 식은땀이 차승준의 관자놀이를 타고 한 줄기 흘러내렸고 그는 다리에 힘이 빠진 듯 몸이 휘청거렸다. 강지연의 얼굴도 순간 창백해졌지만 곧 자세를 가다듬었다. 최악의 경우가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건 단순한 사업 공방이 아니라 사람 목숨이었다. 전민호가 앞으로 다가가 금세 무너질 듯한 차승준을 붙들었다. 안경 너머의 눈빛에도 놀라움이 서려 있었다. “누나...” 차승준은 쉬어가는 목소리로 강지연을 불렀다. 바닥에서부터 치밀어 오른 냉기가 정수리까지 치달았지만, 강지연의 말투는 한결같이 침착했다. “가자. 일단 병원부터.” 셋은 공장 쪽 수습을 뒤로하고 곧장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정문 앞. 하객 중 절반 가까이는 이미 웅성거리는 인파 속에서 흩어졌다. 검은색 벤틀리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고 더더욱 눈에 띄었다. 진태경은 차 옆에 서서 허겁지겁 나와 차에 오르는 강지연 일행을 바라봤다. 그러자 진태경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멀쩡해야 할 행사에서 사람이 죽다니. 이 뒤에 반드시 뭔가가 있을 거야. 누가 저지른 일이든 정말 수법이 지나치게 독하고 잔인하네.’ 진태경이 차에 올라타자 차 안의 공기가 한없이 차가워졌다. 그는 조수석에 있는 비서에게 낮고 차갑게 말했다. “가서 알아봐. 어떻게 된 건지.” 그러자 비서는 등골이 서늘해지며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표님.” 한편, 종합병원. 강한 소독약 냄새가 콧속을 찔렀고 복도 끝에서는 애써 삼킨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강지연, 차승준, 전민호가 응급실 앞에 닿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앞장선 이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중년 여자였다.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차승준을 보자마자 쌓인 울분이 분노로 터졌다. “너희 같은 잔인하고 인정머리 없는 자본가들! 너희들이야말로 진정한 살인자들이야. 당장 우리 남편 목숨을 돌려내!” 여자는 비명을 섞어가며 차승준에게 달려들어 마구 때리고 할퀴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히 출근했어! 새 공장은 대우가 좋다길래, 우리 모녀를 먹여 살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