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지금 당장 떠나

누군가가 웃으면 누군가는 울기 마련이다. 진도 그룹 마케팅 부서 사무실. 박 팀장은 초조한 듯 넥타이를 잡아당겼고 이마에는 송골송골 식은땀이 맺혔다. 박 팀장 본인도 일이 여기까지 번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람이 죽었다. 박 팀장의 사전 계획과는 전혀 달랐다. 박 팀장은 애초에 이 팀장이 고작 행사 진행을 어그러뜨릴 만한 잔꾀나 부리고, 업계에서 블루오션의 체면만 구기게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획하던 사소한 일이 곧장 인명 사고로 번질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심지어 지금은 임다은과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져있다는 통화연결음만 돌아왔다. ‘혹시 임다은이 사태가 커지자 슬그머니 몸을 빼고 이 커다란 수습을 나 혼자 떠안게 할 생각인 걸까.’ 불안감이 목덜미를 죄기 시작하자 박 팀장은 사무실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온갖 생각에 뒤엉켰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진태경의 비서가 들어왔다. 비서는 넋이 나간 얼굴의 박 팀장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박 팀장님,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불쑥 들린 목소리에 박 팀장이 흠칫 놀라더니 돌아섰다. 그는 애써 태연한 척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박 팀장은 울상 같은 웃음을 겨우 짜내며, 분주해 보이는 비서에게 빈말을 건넸다. “그렇게 급하게 어딜 가세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하지만 비서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한 채로 굳어 있었다. “진 대표님의 지시로 블루오션 공장 인명사고를 조사하러 갑니다. 대표님 표정이... 아주 안 좋습니다. 인력 몇 명을 함께 데려가야 합니다.” 박 팀장은 재빨리 반응해 사람을 붙였고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큼성큼 나갔다. 문이 닫히자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박 팀장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굳어 있었다. ‘진 대표님이... 직접 이 일을 조사한다고? 게다가 얼굴이 아주 안 좋다고? 그럴 리가... 진 대표님은 블루오션이 자체 공장을 세운 걸로 몹시 분노한 상태 아니었어? 그렇다면 임다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