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1화

유하연은 평소에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에 큰 구분을 두지 않고 함께 어울려 앉아 떠들썩하게 밥을 먹었었다. 연정이도 나정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할머니, 여기 와서 저랑 같이 앉아요.” 연정이는 신나서 옆에 있는 의자를 쳤지만, 나정미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나가서 도울 일이 좀 있어서요.”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유도경 쪽을 흘깃 바라봤다. 그리고 유도경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손을 저으며 소박한 옷으로 갈아입고 외출했다. 유하연이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유도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주머니가 장례식 준비를 도와주고 싶으시대.” 그제야 유하연은 상황을 이해했다. 유도경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으니, 나정미는 오래도록 유씨 가문을 지켜온 사람으로서 나서는 게 당연했다. 사실 오늘은 유도경을 불러 같이 밥을 먹으며 조금이나마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던 건데, 다시 장례 이야기가 나오니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졌다. 오직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연정이만이 의아한 눈길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유하연은 이런 일들을 연정이에게 알린 적이 없었다. 연정이한테 김희영은 낯선 사람에 불과하니까. “이건 뭐야?” 유도경이 일부러 화제를 돌리며 연정이 앞에 놓인 투명한 캐릭터 디자인의 모형을 보면서 물었다. 이에 연정이가 활짝 웃으며 신나서 설명했다. “이건 정미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거예요. 장난감처럼 보여도 삶아서 먹을 수 있어요.” 연정이는 말을 하며 몇 개를 집어 들고 보글보글 끓는 샤브샤브에 퐁당 빠뜨렸다. 물에 닿자, 캐릭터 디자인들은 금세 불어나 먹음직스럽게 동글동글 투명하게 변했다. “이거 진짜 맛있으니까 한 번 먹어봐요.” 유도경은 연정이가 건넨 걸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맛있네.” 연정이는 더없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미 할머니가 요리는 진짜 잘 한다니까요!” 게다가 온 지 얼마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나정미는 이미 완전히 연정이의 입맛을 장악해 음식을 전부 연정이와 유하연의 입맛에 맞게 만들었다. 연정이는 최근 자신의 배가 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