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 그 후 며칠 동안 윤정후는 진짜로 집에 얌전히 있으면서 임수아를 지켰다. 임수아는 당당하게 그를 부려먹기 시작했다. 윤정후는 속으로는 불만이 좀 많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했다. 서윤미에게 전화가 왔을 때 윤정후는 부엌에서 임수아에게 줄 주스를 만들라고 가정부에게 말하고 있었다. “정후야, 나와 놀자!” “시간 없어. 집에서 조상님 모시고 있잖아!” 윤정후는‘조상님’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강조하며 말했다. “조상님? 누구?” 서윤미가 놀라며 물었다. “임수아.” 이름을 듣자 전화 너머의 서윤미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물었다: “설마? 네가 돌본다고? 어떻게 된 일이야?” “얘기가 길어.” 윤정후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윤미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도련님, 사모님에게 드릴 주스 준비 다 되었습니다.” “됐어, 이만 끊을게.” 말을 마친 윤정후가 전화를 끊자 전화기 너머의 서윤미의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 ‘정후가 왜 갑자기 임수아를 돌보게 된 거지? 설마 임수아가 마음에 들어 우리 언니와 자기 형이 만나는 걸 더는 응원하지 않으려는 걸까? 안 돼! 절대로 안 돼!’ 서윤미는 반드시 방법을 찾아 상황을 뒤집어야 했다. ... 일주일 동안 집에서 요양을 하자 임수아의 발도 드디어 거의 나았다. 이날 일어나자마자 황영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수아야, 지금 당장 올 수 있어? 예고편이 나왔는데 네가 먼저 예고편 더빙을 해야 할 것 같아.” 황영진의 말에 임수아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보통은 정식 영상을 먼저 더빙하고 마지막에 예고편을 더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생각한 임수아는 갑자기 진지해지더니 더는 묻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 그러고는 빠르게 옷을 차려입고 차를 타고 나갔다. 타임즈 빌딩. 황영진은 임수아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으로 다가오더니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 드라마의 최대 투자자가 네가 비무를 더빙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어. 아마도 네가 오랫동안 드라마 더빙을 하지 않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