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8화

윤시혁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는 낮게 잠긴 목소리로 담담히 두 글자를 내뱉었다. “야근.” “야근...” 임수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조롱으로 가득한 웃음소리에 윤시혁은 곧바로 미간을 좁혔다. 그가 뭔가를 말하기도 전에 임수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디서 야근했는데요? 호텔방에서요? 아니면 서은채 씨 집에서요?” 윤시혁의 얼굴빛이 순간 굳었다. 그는 그녀를 똑바로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뭘 들은 거야?” 임수아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시선을 맞추며 또박또박 말을 내뱉었다. “그날 밤... 서은채 씨랑 같이 있었죠?” 윤시혁은 임수아가 어떻게 알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물었으니 더 이상 숨길 필요도 없었다. “그래.” 윤시혁의 입으로 직접 들은 순간, 임수아는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말 대신 그녀는 손을 뻗어 윤시혁의 셔츠 단추를 거칠게 잡아챘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윤시혁은 미간을 좁혔다. “임수아! 지금 뭐 하는 거야?!” 하지만 임수아는 그의 말을 듣는 체도 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단추가 뜯겨나가며 윤시혁의 탄탄한 가슴이 드러났다. 임수아의 시선이 그곳을 빠르게 훑다가 한 곳에 멈췄다. 이미 아물어가는 선명한 할퀸 자국이 남아 있었다. 임수아의 얼굴이 곧바로 창백하게 질려갔다. 그 손톱자국들은 그녀의 심장을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그녀의 마음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 흔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임수아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예전 윤시혁의 몸에는 늘 그녀가 남긴 손톱자국, 이빨 자국, 그리고 키스 자국이 남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다른 여자가 그의 몸에 똑같은 자국을 남긴 것이었다. 서은채가 약을 탄 음료수를 마신 날, 윤시혁은 밤새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날, 옷은 바뀌어 있었고 지금 그의 몸에서 손톱자국을 확인했다. 그날 밤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윤시혁을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는 동안, 임수아는 스스로에게 사실일 리가 없다며 세뇌했다. 분명 하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