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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수술이 끝난 뒤 진서인은 마취에서 깨어났다. 몸은 마치 한 조각이 통째로 도려 나간 것처럼 텅 비어 있었고 상처 부위에서 다시 쓰러질 만큼 극심한 고통이 전해졌다. 그러나 진서인이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진문철과 이정희가 병실로 들이닥쳤다. 부모님은 병상에 누운 진서인을 억지로 끌어내리려 했다. “일어나! 당장 명화한테 가서 사과해! 무릎 꿇고 용서 빌어!” 이정희의 목소리는 귀를 찢을 듯 날카로웠다. 곁에 서 있던 진기준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시선을 돌렸다. 육정훈은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나서서 제지했다. “아줌마, 서인이는 방금 수술받았어요. 이렇게 하시면...” “육정훈!” 이정희는 육정훈을 날카롭게 꾸짖었다. “네가 서인을 좋아하는 건 안다! 하지만 잊지 마! 원래 너와 혼약을 맺기로 했던 건 우리 친딸 명화야! 다시 이 가짜 편을 들면 당장 약혼 상대를 바꿔서 명화를 너한테 보내버릴 수도 있어!” 육정훈은 허약하다 못해 거의 사라질 듯한 진서인을 한 번 보고 다시 이정희를 보았다. 그러더니 그 자리에 굳은 채 주저하면서 눈빛에 갈등이 스쳤다. 결국 육정훈은 진서인의 간절한 시선을 피해버렸다. “서인아... 그냥... 가서 사과해. 별거 아니잖아.” ‘별거 아니라니...’ 마지막 희망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진서인은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진서인은 영혼이 빠져나간 허수아비처럼 부모님에게 끌려 진명화가 있는 VIP 병실에 도착했다. 진명화는 창백한 얼굴로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는 승리로 인한 쾌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진서인은 사과의 말이 목구멍 끝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진명화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엄마... 언니를 너무 몰아붙이지 마세요. 제가 괜히 돌아와서... 언니 자리를 뺏은 거잖아요... 언니가 저를 찌르고 저를 미워하는 것도 당연해요... 저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요. 없어져야 할 사람은... 저예요...” 말을 마치자 진명화는 몸을 일으켜 창밖으로 뛰어내리려는 동작까지 했다. “명화야! 그러지 마!” 이정희는 혼이 빠진 얼굴로 사람들을 불러 진명화를 붙잡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진문철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살기 가득한 눈으로 진서인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지? 사과 한마디도 못 해? 좋아! 거기 누구 없어? 당장 진서인의 손톱을 다 뽑아버려! 사과할 때까지 하나도 남기지 말고 다!” 손톱을 뽑으라니. 진서인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얘지면서 마지막 핏기가 모두 빠져나간 듯했다. 육정훈과 진기준도 얼굴이 사색이 되어 말렸다. “아빠!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요!” 진기준이 급히 막아서며 외쳤고 육정훈도 진서인 앞을 가로막았다. “아저씨! 절대 안 돼요!” “둘 다 입 닥쳐!” 이정희는 날카롭게 소리쳤다. “잊지 마! 명화는 기준의 친여동생이야! 정훈아, 명화가 원래 너의 약혼 상대였다는 걸 잊지 마! 계속 이 가짜 편을 들면 진서인을 집에서 쫓아내 버릴 거야! 그러니까 알아서들 해!” 육정훈과 진기준은 동시에 그 자리에 굳었다. 결심이라도 한 듯한 부모님의 태도와 침대 위에서 약한 척하며 눈물을 훔치는 진명화를 보며 두 사람은 결국 힘겹게 뒤로 물러났다. 진서인은 아무 말 없이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진명화 눈 속에 스쳐 지나가는 승리의 눈빛을 보며 진서인의 마음은 완전히 죽어버렸다. 경호원들이 다가와 진서인의 손을 강압적으로 붙잡았다. 곧 차갑고 무거운 철 집게가 진서인의 얇은 손톱 위에 올려지더니 무자비하게 움직였다. “악!” 뼈끝까지 사무치는 듯한 고통이 진서인의 온몸을 관통했다. 손가락은 심장과 연결되어 있다고 했던가. 극심한 통증은 진서인의 의식을 거의 끊어놓을 만큼 끔찍했다. 하나, 둘, 셋... 빨간 피가 손끝에서 흘러나와 병상 시트를 물들였다. 진서인은 온몸을 격렬하게 떨었으며 차가운 땀이 환자복을 흠뻑 적셨다.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고 다섯 번째 손톱이 통째로 뽑혀 나가는 순간 진서인은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외쳤다. “좋아요! 사과할게요! 이 집에서 태어나서 죄송해요. 당신들 딸로 태어난 것도 죄송하고요... 진기준의 여동생으로 태어나서 죄송하고... 육정훈의 약혼녀가 되어서 죄송해요...”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자 극심한 통증과 절망이 진서인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진서인은 눈앞이 새까매지면서 그대로 쓰러졌다. 의식이 완전히 끊어지기 전 진서인은 희미하게나마 부모님의 분노 섞인 고함을 들은 것 같았다. “우리 집에 태어난 게 미안하긴. 넌 원래 우리 친딸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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