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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그 남자의 목소리는 제법 컸다. 앞서 걷던 성유리의 귀에도 또렷하게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아주 잠깐 멈칫했을 뿐, 곧장 아무 일 없다는 듯 정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미 이혼 이야기를 꺼냈지만 법적으로는 아직 이혼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명목상 여전히 박씨 가문의 며느리였기에 이런 생신 잔치 같은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주빈석에 앉아야 했다. 성유리는 아무 말 없이 박철용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 모습을 본 하객들은 단번에 눈치챘다. 이 여자가 박철용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그리고 그녀가 그 자리에 앉게 된 건 전적으로 박지훈의 뜻이었다. 누구보다 할아버지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박진우가 성유리 옆에 조용히 앉아 입을 열었다. “작은아버지.” 그 소리에 핸드폰에서 눈을 떼던 성유리가 자연스레 고개를 들었고 마침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박지훈은 몸에 딱 맞는 검은색 수트를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냉담한 무표정만이 가득했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권위와 차가운 아우라는 단 한 번의 눈맞춤만으로도 상대를 숨막히게 만들 정도였다. 그 옆에는 흰색 수트를 입은 또 다른 남자가 서 있었다. 키가 비슷했고 금테 안경을 쓴 그 남자에게서는 박지훈과는 다른 부드럽고 온화한 기운이 느껴졌다. “할아버지, 오랜만입니다. 오늘은 생신이라 특별히 준비한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기쁘게 받아주세요.” “진원이구나, 정말 오랜만이다.” “최근 일이 너무 바빠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성유리는 그를 힐끔 바라보며 속으로 짐작했다. 이 사람이 바로 박지훈과 가장 가까운 친구, 부진원임이 분명했다. 박지훈 옆 주빈석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그 외에는 없었으니까. 하객들이 하나둘씩 선물을 건네고 생신 잔치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성유리는 술을 잘 못 마셨고 박철용도 챙겨야 해서 내내 과일주스만 마셨다. 연회가 끝나갈 무렵, 어느 하객이 부부에게 건배를 청하러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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