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2화
진무열은 치료실을 가리켰다.
“안에서 의료 기구를 정리하고 있어요.”
박진우는 아무 말 없이 치료실로 향했다.
딸깍.
문이 열리는 소리에 성유리가 고개를 돌렸다.
박진우는 음침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다.
실은 박지훈이 1분 전에 전화를 걸어 송아림의 상태를 물었는데 미처 전화도 끊기 전에 박진우가 들어온 것이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문을 안으로 잠갔다.
곧이어 성유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의 휴대폰을 빼앗더니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박지훈의 전화라는 사실을 아예 모르나 보다.
“뭐 하는 거예요? 휴대폰 이리 줘요!”
성유리는 휴대폰을 가져와 통화를 마치려 했다.
하지만 이 남자가 휴대폰 위에 손을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팔을 꽉 잡았다.
“어젯밤에 너랑 잔 남자 누구야?”
순간 성유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양아현이 그에게 고자질한 듯싶었다.
“그런 적 없어요.”
그녀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우리 방 문이 왜 계속 안 열렸는지 이제 알겠네. 다른 남자랑 바람을 피워?”
박진우는 책상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성유리를 확 잡아당겨 오더니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내가 바람피웠다는 증거 있어요?”
성유리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이때 박진우가 그녀의 스카프를 벗겨 목에 찍힌 선명한 키스 마크를 보았다.
그녀는 이 남자가 갑자기 스카프를 벗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게 아니면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
성유리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남자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양아현이 뒤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해댄 게 틀림없었다. 약을 탄 건 쏙 빼놓고 그저 그녀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졌다고만 말했겠지.
성유리는 약을 탄 사람의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상대가 박진우에게 이 사실을 꼭 알리고 싶다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양아현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녀는 어떻게든 두 사람을 이혼시키려고 뒤에서 부추긴 게 틀림없다.
박진우는 마디가 선명한 손으로 성유리의 목을 잡고 점점 힘을 가했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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