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6화

하지만 그들의 분위기는 유난히 침울해 이 맛집 거리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박지훈 씨가 박씨 집안의 어떤 사람인지는 상관없지만, 앞으로 유리를 만나는 것을 자제해 주세요. 박지훈 씨의 조카가 이미 유리와 이혼했으니 선을 넘는 행동은 삼가해 주세요. 특히 사람을 보내 유리를 미행하는 것 같은 일은...” 목소리를 높여 말하는 방건우의 눈에는 분노가 감돌았다. 성유리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건우 선배, 그만 말해요.”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어. 너를 미행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곳을 찾아올 수 있었겠어? 너의 작은아버지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알 게 뭐야!” 성유리의 심장이 갑자기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그녀는 박지훈의 분위기가 이미 달라졌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성유리는 서둘러 방건우의 팔을 잡고 박지훈에게 말했다. “지훈 씨, 우리는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상대방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재빨리 방건우의 손을 잡고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박지훈은 그들이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올려다보았다. 성유리가 방건우의 손을 잡은 모습에 눈길이 닿는 순간 그는 분노가 더욱 깊어지며 주먹을 꽉 쥐어졌다. 그들의 관계는 분명히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히든 빌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 9시가 넘었다. 성유리는 샤워를 마치고 테라스로 나온 후 야경을 보려고 했지만 익숙한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정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작은 대나무 숲이 있었고, 대나무 숲의 끝은 바로 길가였다. 남자는 차에 기대어 담배를 들고 올려다보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난간에 놓여 있던 손이 갑자기 움츠러들었다. 박지훈이었다. 아무리 거리가 멀고 빛이 어두워도 그녀는 단번에 그를 알아보았다. 성유리는 재빨리 외투를 걸치고 허둥지둥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을 지나칠 때 화장실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는데 건우 선배가 샤워 중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가벼운 걸음으로 작은 마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