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2화
어젯밤에 요리하던 방건우가 칼에 손을 살짝 베었고 얼굴에 남아 있던 상처들도 아직 다 낫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손님이 오지 않은 틈을 타서 성유리는 약을 들고 진료 테이블 앞에 앉아 그의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고 있었다.
그러나 성유리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 모든 장면이 길가에 서 있던 한 남자의 시야에 고스란히 담기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박지훈은 담배를 손에 쥔 채, 묵묵히 성유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조금 더 세게 쥐었다.
어젯밤 그가 한밤중에 집을 떠난 이후, 오늘 하루 종일 성유리에게서 전화 한 통이나 메시지 한 줄조차 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을 참지 못한 박지훈은 직접 차를 몰아 이곳까지 왔는데 하필 마주한 게 이런 장면이었다.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분위기가 유난히 부드럽고 편안했다.
박지훈이 서 있는 자리에서는 두 사람의 옆모습이 뚜렷하게 보였고 서로 얼굴에 번진 웃음은 유난히 선명했다.
진료실 안은 한마디로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
성유리가 연고 뚜껑을 닫으려던 순간 방건우가 불쑥 물었다.
“어젯밤에 본가에 갔을 때 박 회장님께 이혼 얘기를 꺼낸 거야?”
그 말에 성유리의 손이 잠시 멈췄고 보아하니 방건우도 이미 소식을 들은 듯했다.
성유리는 숨길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젯밤에 이미 말씀드렸어요.”
“그럼 이제 너는 자유의 몸이잖아. 드디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네.”
방건우의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옅은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성유리는 뜻밖의 말에 잠시 시선을 내리고 방건우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의 눈동자 속에 선명하게 자리 잡은 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었다.
그런 감정을 느끼자 성유리 자신도 깜짝 놀랐다.
‘왜 갑자기 이런 눈빛으로 날 보는 거지?’
이런 눈빛은 아주 오래전에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한 번 있었다.
그 무렵 방건우는 다양한 선물을 보내거나 맛있는 음식을 챙겨주는 등 성유리가 충분히 오해할 만한 행동을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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