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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성유리는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고 박지훈과 다시는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박지훈도 더 이상 성유리에게 말을 걸지 않은 채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딸깍. 바깥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은 성유리는 눈꺼풀이 가볍게 떨렸다. 심규찬은 성유리의 미세한 변화를 모두 알아챘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심규찬은 전화 한 통 받으러 나갔다. 통화를 마친 뒤 마당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성유리는 아이를 데리고 앞마당에서 제기차기를 했다.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성유리를 바라보던 심규찬은 담배를 끈 후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송아림도 제기차기에 지쳤는지 제기를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마당에는 그들 두 사람만이 남았다. “유리 누나, 나 궁금하게 있는데 질문해도 돼?” 성유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 “그래. 물어봐...” “누나와 박지훈 씨, 무슨 사이야?” 심규찬은 엄숙한 표정으로 성유리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에 성유리는 순간 멍해졌다. 설마 뭔가 눈치챈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심규찬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노릇, 성유리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입꼬리를 올려 환하게 웃었다. “그 사람과 나? 당연히 작은아버지와 조카며느리의 사이지. 아니면 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 아림이의 양아버지니까...” 성유리의 설명에 심규찬의 눈가에 놀라움과 기쁨이 스쳤다. 조금 전 어두운 표정이었지만 먹구름이 걷히고 밝은 달이 뜬 것처럼 환해졌다. “그래?” 심규찬은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물었다. “정말 그게 다야?” “응.” 성유리도 더는 무엇이라 말하기 어려워하며 그저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나...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 온화한 눈빛으로 성유리를 바라보는 심규찬은 눈빛이 아주 부드러웠다. 심규찬의 시선에 성유리는 가슴 속에서 불안감이 은은히 피어올랐다. 무엇을 묻고 싶어 하는지 대략 짐작이 갔기에 듣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그럼.” “지금 이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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