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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성유리가 박진우의 대답을 듣기 위해 가만히 서 있을 때 백우영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유리 씨, 오시기 전에 미리 연락하시지 그랬어요?” 성유리는 고개를 돌려 어느 순간 다가와 버린 백우영을 바라보았다. 그 인기척을 들은 건지 양아현은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박진우의 다리에서 내려오며 물었다. “우영 씨, 밖에 누구예요?” “대표님, 성유리 씨가 오셨는데 혹시 지금...” 백우영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성유리는 문을 벌컥 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박진우는 성유리가 소파에 앉는 것까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양아현이 오히려 먼저 말을 걸었다. “유리 씨가 여기까진 웬일이에요? 여긴 진우 씨 일하는 곳인데 이렇게 불쑥불쑥 찾아오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아요?” “본처도 오면 안 되는 곳에 내연녀가 들락거리는 건 괜찮나 봐요?” 양아현의 언짢은 듯한 말투에 성유리의 입에서도 고운 말이 나가지 않았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내연녀라니요!” “누구라고 콕 집어 말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흥분해요? 설마 찔린 거라면...” “그만해 성유리.” 박진우는 자리를 옮겨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여기까진 왜 온 건데?” “저분부터 내보내고 얘기해요.” 차가운 그녀의 말투에 박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현이가 남도 아닌데 왜 그래? 그냥 말해.” “남은 아니지만 당신 아내도 아니죠. 아직까지 법적 부부는 우리 둘이에요. 사적인 얘긴데 정말 같이 들어도 괜찮겠어요?” “빨리 내보내면 나중에는 이렇게 숨어서 애정행각 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그 말에 박진우의 표정은 바로 어두워졌다. 양아현도 화가 났지만 박진우 앞이라 뭐라 말은 못 하고 그저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애교를 부렸다. “진우 씨, 그럼 우린 나중에 연락하자. 나 먼저 갈게.” “그래.” 박진우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로 온화한 모습은 처음이라 성유리는 박진우를 빤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진한 스킨십을 할 때도 이리 따뜻한 표정을 지은 적은 없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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