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화
다행히 통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한참 뒤, 윤세율은 차를 오웍스 건물 앞에 멈췄다.
그는 내리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도착했어요.”
“감사합니다.”
소유나는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서 캐리어를 꺼내려 했지만 트렁크가 완전히 닫히기도 전에 윤세율은 이미 가속 페달을 밟아 떠나버렸다.
소유나는 코웃음을 치며 혼자서 오웍스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리셉션 직원이 그녀를 반갑게 맞아주고 관련 부서로 안내했다.
부서장과 인사를 나눈 뒤 곧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원래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하려 했던 모양이었지만 소유나는 프로젝트 끝나고 다시 보자고 정중히 거절했다.
그들도 애초에 형식적인 자리였기에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소유나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번 출장은 시작부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이번 출장의 업무 내용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끌려 다니기 십상이니까.
그때 핸드폰 화면이 반짝였다.
오는 전화를 보고 소유나는 잠시 문지후라는 존재를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가 이제 집에 돌아간 모양이었다.
두 번째 전화가 걸려와서야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지금 어디야?”
문지후의 목소리였다.
“출장 중이에요.”
소유나는 화면을 밀며 담담히 답했다.
“무슨 일이에요?”
“왜 연락 안 했어?”
순간, 손끝이 멈췄다.
그녀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
“지후 씨 요즘 엄청 바쁘잖아요? 괜히 방해될까 봐요.”
수화기 너머로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
“언제 돌아와?”
“아직 몰라요.”
소유나는 그가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았지만 예상대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도 굳이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그도 진심으로 궁금해서가 아니라 그냥 습관처럼 묻는 것뿐일지 몰랐다.
“알았어.”
소유나는 다시 화면을 터치했다.
“더 할 말 있어요?”
“없어.”
“그럼 끊어요.”
이번에는 소유나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어차피 사랑도 없는 사이에 더 이상 체면 차릴 필요도 없었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