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문지후의 기분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소유나의 말 몇 마디에 그는 괜히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해졌다.
“지금 그 말은, 네가 유나 씨 집에서 살면 유나 씨가 누굴 만나는 데에 방해된다는 뜻이지?”
문지후는 소유나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딱히 부정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솔직히 말하면 좀 그래요.”
“...”
문지후는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 하나가 툭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소유나는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굳은 표정의 문지후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편한 환경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문지후가 어깨를 들썩이더니 눈빛을 예리하게 반짝였다
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자극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허.”
문지후가 비웃듯 낮게 웃었다.
“어디 한 번 마음껏 기다려 봐.”
소유나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짤막한 그의 한 마디에서 문지후의 고집이 드러났다.
양꼬치를 다 먹고, 맥주까지 다 비운 소유나는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계산하죠.”
하지만 문지후는 가만히 앉아있었다.
“이혼 안 한다면서요. 그러면 내 남편 아니에요? 남편이 계산 안 해주면 누가 계산해줘요?”
소유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사장님을 바라보며 문지후를 가리켰다.
“사장님, 이 사람이 낼 거예요.”
사장은 웃는 얼굴로 다가와 문지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 오천 원입니다.”
문지후가 고개를 돌리자 소유나는 이미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카드를 사장에게 건네준 그는 계산을 마친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긴 다리 덕분에 문지후는 몇 걸음 만에 금세 소유나를 따라잡았다.
그러던 순간, 소유나의 몸이 갑자기 크게 휘청이자 문지후는 곧바로 그녀의 팔을 잡아주며 부축해주었다.
“쓰읍...”
소유나는 이를 악문 채 표정을 찡그리더니 오른쪽 발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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