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화
딱 봐도 불이 붙으려는 순간이었다.
문지후가 갑자기 소유나에게서 몸을 뗐다.
눈은 이미 잔뜩 풀린 데에다 얼굴까지 붉게 달아올라 버린 소유나는 어떤 상황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문지후는 옆에 던져져 있던 소유나의 옷을 다시 집어 들고는 그녀에게 입혀주었다. 욕망이 다 사라져 버린 남자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리 싸늘하고 매정했다.
“씻고 자.”
소유나는 여전히 세면대 위에 앉아있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인 그녀가 물었다.
“왜 그래요?”
문지후는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소유나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문지후 씨, 이게 대체 뭐 하자는 거예요?”
소유나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물론 욕망이 풀리지 않아 답답한 것도 있었지만, 진짜 화가 나는 것은 그의 태도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들이대 놓고 갑자기 딴사람처럼 변해버렸으니 그 아무도 이 상황을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문지후는 단추를 하나하나 채우며 차갑고도 이성적인 눈빛으로 대답했다.
“난 널 사랑하지 않아.”
그 말에 소유나는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그녀 역시 수많은 이유를 생각해 보았지만 이 말만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못 하겠다는 거예요?”
“응.”
문지후는 그 말만을 남긴 채, 화장실을 벗어났다.
그러나 소유나는 옆에 있던 클렌징폼을 집어 들어 문지후에게 던졌다.
“문지후 이 나쁜 자식아!”
그날 밤, 문지후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소유나는 침대 위에 누워서 온갖 생각을 다 해봤지만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동작을 멈출 수 있었던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흠뻑 빠져 제정신이 아니었던 자신과는 달리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게 짜증 났다.
“망할 놈이.”
소유나는 주먹을 들어 있는 힘껏 내리쳤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문지후를 사랑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게 되는 날에는 정말 인생이 잘못될지도 몰랐다.
소유나는 화가 나서 잠이 오지 않았다.
한껏 달아올라 있던 몸은 이미 문지후의 말과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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