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5화
소유나는 소파에 누워 있는 남자를 한 번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끔은 이런저런 일에 쉽게 감동하는 자신이 미워지기도 했다.
반찬을 식탁으로 옮긴 그녀는 밥그릇에 밥을 옮겨 담고, 그릇과 수저도 가지런히 챙겨놓았다.
문지후는 꽤 깊게 잠들어 버린 듯, 그녀가 방을 오가며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깨어나지 않았다.
“문지후 씨.”
소유나가 소리 내 그를 불렀다.
남자의 눈꺼풀이 살짝 흔들리더니 기다란 속눈썹이 몇 번 떨리다가 곧바로 눈을 떴다.
소유나를 발견한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물었다.
“언제 왔어?”
“방금 왔어요.”
소유나가 물었다.
“오늘은 안 바빴어요?”
“바빴지.”
얼굴을 문지르던 문지후가 대답했다.
“일 끝나자마자 바로 온 거야.”
소유나는 눈 밑에 짙게 내려온 문지후의 다크써클을 바라보았다. 피곤해 보이는 눈에는 실핏줄이 가득 서 있었다. 그의 말대로 일이 정말 바빴던 모양이다.
그런 몸을 이끌고 직접 요리까지 한 문지후를 소유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 집엔 왜 온 거예요?”
문지후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우리 못 본 지도 꽤 됐잖아.”
고개를 들어 소유나를 한 번 쳐다본 문지후가 말을 이었다.
“세수 좀 하고 올게.”
소유나는 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식탁에 앉아 수저를 들었다.
“그럼 전화라도 하지 그랬어요.”
“요즘 미팅 많다며.”
문지후가 옆에 앉으며 말했다.
“어차피 퇴근하면 집으로 올 텐데.”
조용히 밥을 먹던 소유나는 왜인지 모를 죄책감을 느꼈다.
오로지 이 한 끼 식사 때문에 죄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소유나가 일몰을 보고 있을 동안, 문지후는 이곳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의 SNS 계정을 차단했다가 다시 해제한 이후로는 문지후를 마주하는 게 처음이었다.
소유나는 그에게 본가에 다녀왔다는 얘기도 하지 않았고, 안서영이 자신에게 임신을 재촉했다는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들은 지금 얘기할 만한 화제가 아니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잘게.”
문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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