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7화
다음 날, 소유나가 눈을 떴을 때 옆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
손을 뻗어보았지만 온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문지후가 일어나며 귓가에 속삭였던 말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회사에 처리할 일이 좀 있어. 푹 쉬어. 보고 싶으면 전화하고.”
이마에는 그의 입술이 스쳐 간 듯 서늘한 감촉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소유나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최근 문지후의 변화를 곰곰이 떠올렸다. 그는 정말 아내를 끔찍이 아끼는 남편 같았다.
그런데도 이상했다. 분명 그녀에게 세심히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정작 사랑은 느껴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였으나 그 속은 비어 있는 듯, 진심이 닿지 않았다.
핸드폰을 집어 들자 낯선 번호가 화면에 떴다.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익숙하면서도 낯설지 않은 목소리였다. 번호를 다시 확인한 소유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하준명?”
“나 기억하지?”
하준명의 목소리에는 얄미운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시간 있어? 잠깐 보자.”
“시간 없어.”
소유나는 단호히 잘랐다. 이제는 그에게 아무런 호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통화 기록을 확인하자 어젯밤에도 그가 전화를 걸었고 누군가 받았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문지후가 받은 것이었다.
짧은 통화 시간 동안 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곧 새 메시지 알림이 떴다.
[할 말이 있어. 잠깐 만나자.]
소유나는 메시지를 지워버렸다.
곧 이어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네 집 아래에 있어. 안 내려오면 올라가서 기다릴 거야.]
소유나는 사람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부류를 질색했다.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곧장 아래로 내려갔다.
아파트 단지 바깥 도로변에 하준명의 차가 서 있었다.
그는 차 옆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여전히 과시적이고 야성적인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그런 모습이 멋있어 보였지만 지금은 역겨웠다.
남녀의 사랑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함부로 맺는 사람 자체가 혐오스러웠다.
그날 본 장면 이후, 그는 소유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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