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3화
문지후와 소유나가 샤워를 마치고 막 잠자리에 들려던 참에 허진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나가서 한잔하거나 아니면 자기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얘기였다.
통화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는 기분이 한껏 가라앉아 있는 게 느껴졌다.
문지후는 옆에 있던 소유나의 의견을 물었고 그녀는 상관없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허진서는 소유나의 집으로 찾아왔다.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문지후가 그렇게 큰 집을 두고 왜 굳이 이 작은 집에서 소유나와 함께 지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배달 음식을 주문했어요. 냉장고에 술도 많으니까 부족하면 꺼내 마셔요. 두 분이 얘기 나누세요. 저는 방에 들어갈게요.”
소유나는 살뜰하게 챙겨주곤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들어가자 허진서는 안경을 벗고 맥주 캔을 따더니 단숨에 들이켰다.
문지후는 옆에 앉아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그가 캔을 연이어 비워내자 마침내 문지후가 입을 열었다.
“남자친구 있대?”
허진서는 멈칫하더니 문지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네가 어떻게 알아?”
“좋아하는 사람을 다시 만났으면 기뻐해야 정상이지. 그런데 이렇게 여기까지 와서 술을 퍼붓고 있다는 건,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 말고는 설명이 안 되잖아.”
문지후는 소파에 몸을 기대 팔짱을 낀 채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허진서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장은미의 입에서 ‘남자친구’라는 말이 나왔을 때, 가슴이 얼마나 무너져내렸는지 모른다. 그 순간에도 애써 웃으며 남자친구가 참 다정하다는 말까지 했을 때의 고통이 다시 밀려왔다.
그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팠다.
문지후가 다리를 꼬았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허진서가 답답하게 내뱉었다. 방법이 있었다면 진작 이렇게 괴롭지는 않았을 터였다.
“방법은 두 가지야. 마음을 감춰. 못 본 척하면서, 그 여자는 그 여자대로 행복하게 살도록 두든가.”
문지후는 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는 걸 지켜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면 빼앗든가.”
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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