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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서재 안. 이세빈은 강서우와 했던 결혼을 너무 일찍 공개하지 말자는 약속을 떠올리며 먼저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저랑 서우의 결혼은 후에 공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석민이 약혼식에서 저희 결혼 소식을 발표하는 건 서우한테 너무 실례잖아요.” 그는 말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강서우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두 사람은 바짝 달라붙어 무척 다정해 보였다. 강서우는 순간 얼떨떨했지만, 그의 손이 허리께에 놓이는 모습이 딱 예의를 지키는 정도였기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그의 품에 기대었다. 이재석은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너희 참 사이가 좋구나. 내가 나이가 들어서 서우 정체를 자꾸 숨기는 게 걱정이 돼서 괜히 마음이 앞섰어. 혹시라도 서우가 밖에서 험한 소리를 듣게 될까 봐 말이다. 그래서 공개 시점을 잘못 생각했던 것 같구나. 서우야, 나를 너무 탓하지 말아 다오.” 강서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저를 생각해서 그러신 걸 잘 알아요. 제가 왜 탓하겠어요.” 그러자 이세빈이 덧붙였다. “할아버지께서 맞게 짚으신 부분도 있어요. 서우가 저희 집안에서 억울한 처지가 돼서도 안 되니까요. 며칠 뒤 이신 그룹에서 워크숍을 하는데, 거기에 서우를 데려가 볼까 해요.” “좋은 생각이구나.” 이재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워크숍에는 임원부터 일반 직원들까지 모이니, 그 자리에 강서우를 데려가면 사실상 두 사람의 관계를 반쯤은 공개하는 셈이었다. 그러면 외부 사람들도 차츰차츰 알게 될 테고 이신 그룹 내에서도 강서우를 더 예우할 터였다. 두 사람 모두 강서우를 위한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강서우는 그저 결혼 발표가 너무 갑작스러우면 곤란하니 단계적으로 알리는 게 좋겠다는 것이 이세빈의 생각이겠거니 여길 뿐이었다. 역시 이세빈은 일을 처리할 때 빈틈이 없다고 느꼈다. 한편, 문밖. 이석민은 대화를 마저 듣지 않고 조용히 물러났다. 사람 하나 없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유리창 너머로 뒷마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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