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이튿날, 병원 산부인과.
심유나는 진료실 안에 앉아 얇은 검사지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의사는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
“초음파로 봤을 때 태아 발육 자체는 정상입니다. 다만 산모 쪽 수치들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네요.”
“혹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지 않나요? 감정 기복은 태아에게도 바로 영향을 줍니다.”
의사는 지나치게 창백한 심유나의 얼굴과 앙상한 손목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당분간은 푹 쉬셔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거예요.”
옆에서 듣고 있던 강소현은 심유나의 어깨를 감싸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들었지? 의사 선생님이 그냥 아무 생각 없는 행복한 폐인이 되래.”
진료실을 나서자 강소현은 그녀를 부축한 채 쉴 새 없이 말을 이었다.
“유나야, 괜히 이것저것 생각하지 마. 지금은 아기가 제일이야.”
심유나는 절친에게 몸을 기대며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네 말대로 할게.”
어머니의 위로를 들은 뒤로는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줄 알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정신은 계속 흐트러졌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긴 복도 끝, 창을 통해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며 명암이 선명하게 갈라졌다.
심유나는 자신이 늘 그림자 속에 서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걸음을 옮겨도, 끝내 그 빛 속으로는 들어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강소현은 고개를 숙여 처방전을 훑어보다가, 의사가 적어둔 ‘우울증 의심’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재빨리 종이를 접어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약을 타고 나면 바로 없애버릴 생각이었다.
‘아니야. 유나가 임신해서 호르몬 변화가 큰 것뿐일 거야.’
그때 강소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할머니!”
그녀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밝고 경쾌해졌다.
“네네, 저 잘 지내요. 잘 먹고 잘 자서 살도 좀 쪘어요!”
“뭐요? 또 연주회 들으러 가셨어요? 이번엔 어떤 할아버지랑요?”
그녀는 웃으며 할머니와 몇 마디 수다를 떨었다.
“이 일만 좀 마무리되면 바로 내려갈게요.”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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