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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다음날 심유나는 아침 일찍 고태준의 비서에게 연락해 고태준이 이혼합의서에 사인을 했냐고 물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는 오늘 아침 일찍 급히 출장을 떠나셔서 아직... 사인을 못하셨어요.” “알겠어요.” 심유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사실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 고태준은 예전부터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심유나를 홀로 내버려둬서 그녀가 먼저 타협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번에 고태준은 잘못된 방식을 택했다. 일주일 뒤 심유나는 다시 비서에게 연락했고 비서는 고태준이 출장 중이라고 전했다. 고태준은 출장을 간 것이 아니라 그녀를 피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때 초인종이 울렸고 심유나가 문을 열자 심유나의 친구 강소현이 두 손 무겁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세상에, 집을 진짜 예쁘게 꾸몄네?” 강소현은 자신이 들고 온 식자재들을 냉장고 안에 집어넣었다. “축하해, 유나야. 드디어 고생 끝, 새로운 인생 시작이네! 오늘 같이 맛있는 거 먹으면서 축하 파티하자!” 자신 때문에 분주히 움직이는 강소현의 모습을 보며 심유나는 감동했다. “참, 네 전남편이 너를 귀찮게 한 건 아니지?” 강소현이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출장 갔대.” “쳇, 쇼하고 있네.” 강소현은 입을 비죽였다. “네가 금방 돌아갈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심유나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두 사람이 식자재를 씻을 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강소현은 현관문 렌즈로 밖을 내다보더니 바로 안색이 달라졌다. “젠장, 악당들이 몰려왔네. 네 그 못된 시어머니랑 백하윤이 같이 왔어.” 심유나는 손을 닦다가 멈칫했다. 문밖에서 계속해 초인종이 울렸다. 문이 열리지 않으면 아예 문을 부숴버릴 듯한 기세였다. 강소현이 심유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열지 마. 그냥 집에 없는 척해.” “소용없어. 내가 여기 있는 거 알고 있거든.” 심유나는 강소현을 지나쳐 가서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고태준의 엄마 진경희가 짜증 가득한 얼굴로 서 있었다. 관리를 열심히 받은 그녀의 얼굴에는 오만함과 노여움이 넘쳐흐를 듯했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비싼 명품 옷을 걸친 친척들이 현관문을 손가락질하고 있었고, 그들의 뒤에는 단아한 원피스를 입고 있은 백하윤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진경희가 턱을 높이 쳐들면서 말했다. “심유나, 이제는 막 나가겠다, 이거야? 말도 없이 가출하고 이혼 얘기까지 꺼내?” 진경희의 곁에 있던 고씨 가문의 친척이 곧바로 거들었다. “맞아, 유나야. 태준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대체 왜 그러는 거야?” “태준이랑 결혼했다고 네가 뭐라도 된 줄 알아? 잊지 마. 네 엄마는 예전에 우리 집 바닥이나 닦던 사람이야. 태준이랑 결혼한 건 네게 다시없을 행운이라고.” 진경희는 코웃음을 친 뒤 곧장 거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순찰하듯 심유나의 아파트를 경멸 가득한 눈초리로 쭉 둘러보았다. “태준이가 너랑 같이 기념일을 안 보냈다고 그러는 거야?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애가 어쩌면 이렇게 철딱서니가 없어?” 진경희는 소파에 털썩 앉았고 그 탓에 소리가 꽤 크게 났다. “태준이는 회사에서 일하느라 바빠. 네 그 소녀 감성을 다 맞춰줄 여유가 없다고.” 백하윤이 진경희의 팔을 잡으면서 붉어진 눈으로 입을 열었다. “화내지 마세요. 유나 언니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언니는 그냥 태준 오빠를 너무 사랑해서 그러는 거예요.” 백하윤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나 언니, 미안해요. 전부 제 탓이에요. 태준 오빠는 제 뱃속의 아이가 걱정돼서 그런 것뿐이에요. 오빠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언니예요.” 그 말에 진경희는 더 분노했다. 그녀는 마음 아픈 얼굴로 백하윤의 손을 토닥였다. “너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이게 어떻게 네 탓이니? 이런 일 하나 이해해 주지 못하는 속 좁은 사람 탓이지.” 강소현은 그 말을 듣고 있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저기요, 아주머니. 지금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되나 봐요. 아주머니 아들이 바람을 피운 건데 뭐가 그렇게 당당해서 지금 우리 유나를 나무라시는 거예요?” 강소현은 백하윤을 노려봤다. “그리고 백하윤 씨도 마찬가지예요. 전부 자기 탓이라고 하는데 그럼 어디 한 번 말해봐요. 백하윤 씨가 뭘 잘못했죠? 고태준 씨한테 아내가 있다는 걸 알면서 늦은 밤에 전화를 걸어 고태준 씨를 불러낸 거요? 아니면 임신한 채로 남의 남편 옆에 나타난 거요?” 강소현이 쉴 새 없이 몰아붙이자 백하윤의 안색이 창백해졌고 진경희는 언짢은 듯이 얼굴을 사정없이 찡그렸다. “너는 뭔데 끼어드는 거야? 이건 우리 집안일이야!” “집안일이라고요?” 강소현은 피식 웃었다. “이제 곧 집안일이 아니게 될 텐데요? 이혼만 하면 집안일이라고 할 수 없죠.” “너!” 진경희는 화가 나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거실은 매우 소란스러웠다. 심유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녀는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이 우스운 연극을 조용히 감상할 뿐이었다. 심유나는 진경희가 씩씩대는 모습을, 고씨 가문 친척들의 경멸 가득한 표정을, 백하윤의 불쌍한 척하는 연기를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건 지난 몇 년간 심유나가 질리도록 봐왔던 것들이었다. 예전이었다면 심유나는 고태준을 위해 참고 양보했을 것이다. 심유나는 컵을 들고서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유롭게 자리에 앉은 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살짝 불었다. “아주머니, 말씀 끝나셨죠?” 진경희는 심유나의 태도에 말문이 턱 막혔다. 심유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느긋하게 말을 이어갔다. “말씀 끝나셨으면 이만 돌아가세요. 제 집이 좀 작아서 손님을 많이 못 받거든요.” “심유나, 너 진짜 뻔뻔하구나!” 진경희는 소파 손잡이를 내리치면서 말했다. “지금 네가 사는 이 보잘것없는 아파트도 결국에는 태준이 돈으로 산 거 아니야? 네가 지금 입고 있는 거, 먹는 거 다 고씨 가문 돈으로 산 거잖아!” 심유나는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옷을 바라봤다. 심플한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이 집도, 이 옷도 다 제가 번 돈으로 산 거예요. 저는 집에서 나올 때 제 것이 아닌 건 가져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태준 씨랑은 반드시 이혼할 거예요.” 심유나는 자신이 운이 좋아서 고태준과 결혼할 수 있었던 거라고 했던 친척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집안에는 더 이상 발을 들이고 싶지 않네요. 가고 싶은 사람이 가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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