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고 대표님, 지금은 업무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심유나는 최대한 평온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회포를 풀러 오신 거라면 나중에 정식으로 자리를 만들죠.”
고태준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도현우가 심유나의 주스 잔을 치우더니 따뜻한 물컵을 그 자리에 놓았다.
“위도 안 좋으면서, 이거 마셔.”
익숙하고 다정한 몸짓을 지켜보던 고태준의 미간이 움찔했다.
그는 술잔을 들어 올렸으나 흔들리는 액체를 바라볼 뿐 마시지는 않았다.
“심유나.”
그가 별안간 그녀의 이름을 딱딱하게 내뱉었다.
겨우 누그러졌던 분위기가 다시금 팽팽하게 얼어붙었다.
주변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며 고태준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심유나는 예의 바르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미소를 유지했다.
“고 대표님,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고태준은 옅게 화장한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달빛처럼 하얀 드레스가 그녀의 피부를 투명하게 비췄고 예전에는 가을 물처럼 맑기만 했던 눈동자에는 이제 차갑고 예리한 빛이 서려 있었다.
“됐어.”
고태준은 손가락 마디로 탁자를 툭툭 치며 마치 큰 은혜라도 베푸는 듯한 말투로 입을 뗐다.
“고작 사업 좀 해보겠다는 거 아냐? 나랑 같이 돌아가기만 해. 세강의 원단은 물론이고 여기 공장을 통째로 사서 너에게 주는 것쯤은 내 사인 한 번이면 끝나는 일이니까.”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좌중의 숨소리조차 잦아들었다.
옷 한 벌 사듯 공장을 사주겠다는 말은 그야말로 최정상급 재벌다운 스케일이었다.
이춘섭은 눈동자를 굴리며 심유나와 고태준 사이를 유심히 살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히 구면인 수준은 아님이 분명해 보였다.
“아니, 고 대표님과... 유나 씨도 구면이셨나 보네요?”
“운직 공방은 유나가 온 마음을 다해 일궈온 곳이야.”
이춘섭이 눈치를 살피며 말을 던지자 도현우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젖은 수건으로 손가락을 찬찬히 닦으며 말했다.
“누군가의 호의에 기대기보다 자신의 역량으로 당당히 키워가길 원하고 있지.”
도현우의 그 철저한 보호 본능을 지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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