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고태준은 하는 수 없이 손을 뗐다.
도현우의 뒤에 숨은 심유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형형하게 타올랐다.
눈앞의 광경이 지독히도 거슬려 가슴속에서 뜨거운 분노가 치밀었던 것이다.
“현우야, 비켜.”
“본인이 싫다잖아.”
도현우는 물러서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다.
“태준아, 진정해. 지금 유나 상태가 정녕 너를 따라가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보이냐.”
고태준이 보니 심유나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가득해 정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가슴이 조여들며 어디에도 풀 길 없는 초조함이 다시금 치밀어 올랐다.
“난 네 남편이야, 유나야. 이리 와, 내가 설마 너를 해치기라도 하겠어?”
고태준은 화를 억누르며 말투를 조금 부드럽게 가다듬고는 그녀를 향해 손바닥을 위로 보이며 손을 내밀었다.
“그만 고집부려. 위 아픈 거 맞지? 병원에 데려다줄게.”
심유나는 예전에 수없이 잡았던 그 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은 그녀를 이끌고 어린 시절의 골목길을 지났고 고등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렀으며 결혼식장의 레드카펫을 함께 걸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 그 손은 자신을 다시 심연으로 끌어내리려는 그물처럼 보일 뿐이었다.
심유나는 도현우의 뒤로 몸을 더 숨기며 고개를 저었다.
“안 가요. 이혼 서류 준 지 오래됐잖아요. 계속 안 쓰면 정말 변호사 부를 거예요.”
그녀의 눈빛은 단호했다.
“현우 오빠... 저 좀 데려다주실래요?”
고태준의 손이 허공에서 딱딱하게 굳었고 표정에는 순간적으로 당혹감이 스쳤다.
“심유나, 정신 차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 네가 사업을 한다고 쳐도, 내 보호 없이는 99% 망하게 되어 있어!”
“그럼 1%의 가능성은 있겠네요!”
고태준은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혀로 뒷어금니를 훑었다.
그의 시선은 두 사람 사이를 날카롭게 오갔다.
“적당히 고집 피워...”
“태준아, 그만해. 유나 힘들게 하지 말고.”
도현우가 그의 말을 자르며 은밀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고는 찰나의 순간 ‘나한테 맡겨'라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