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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전날 오후, 심유나의 집.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며 유리창을 토닥토닥 두드리고 있었다. 도현우는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고 앉아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리고 있었고 그 앞에는 커리어 우먼의 기백이 느껴지는 단발머리 여자가 차를 마시고 있었다. 부산에서 이혼 소송으론 당할 자가 없다는 ‘불패 신화'의 주인공이자 도현우의 사촌 동생인 송서영 변호사였다. 단정한 블랙 정장에 머리를 단정히 빗어 넘긴 송서영은 냉미녀 그 자체였다. 그녀는 금테 안경을 치켜올리며 심유나 앞으로 서류 한 뭉치를 밀어놓았다. “심유나 씨, 이혼 소송 소장은 이미 작성해 두었습니다.” 그녀가 첫 페이지를 넘겨 특정 조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한 가지 다시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요.” 송서영의 목소리는 직업적인 냉정함이 묻어났다. “정말 재산 분할을 포기하시겠다는 건가요?” 심유나는 창가에 앉아 고태준이 선물했던 곰 인형을 품에 꼭 안은 채 시선은 서류가 아닌 빗물 맺힌 유리창 너머 어두운 거리로 향해 있었다. “네, 맞아요.” 송서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수많은 재벌가 이혼을 맡아봤지만, 다들 재산 분할 때문에 피 튀기게 싸우지 않았던가. “심유나 씨, 아직 고 대표의 외도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잡지 못했지만 제 실력이면 최소 위자료 6백억에 고림 그룹 주식까지 챙겨드릴 수 있습니다. 그 정도면 평생 편하게 사실 텐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심유나가 드디어 고개를 돌렸다.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그 사람 돈은 필요 없어요. 단 한 푼도.” 송서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왜요? 이건 당연히 심유나 씨가 받아야 할 몫이잖아요.” 심유나는 속눈썹을 내리깔며 눈동자에 서린 복잡한 감정을 감추었다. “남들 눈에는 내가 고씨 가문의 양녀이자 신분 세탁에 성공한 신데렐라일 뿐이겠죠. 하지만 전 알아요. 지난 세월 내가 그 집안에 진 빚은 이미 평생을 갚아도 모자랄 정도라는 걸.” 열 살 무렵, 진흙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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