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쓸데없는 간섭
원씨는 하백천의 거만하고 뻔뻔스러운 낯짝을 보더니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옆 창의 발을 살짝 들추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백천아, 내가 정승 댁에 들기 전에 잠시 주역과 점괘를 연구한 적이 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반드시 징조가 있는 법이지. 그거 아느냐? 지금 네 얼굴에 어떤 상이 비치는지.”
하백천은 코웃음을 쳤다.
“마님께서 또 무슨 괴이한 상을 보셨단 말씀입니까?”
원씨는 마차의 발을 내려놓고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네 미간에 죽음의 기운이 가득하구나. 운수가 이미 다했으니, 이제 슬슬 뒷일을 정리하는 게 좋을 게다.”
하백천은 껄껄 웃으며 손에 고삐를 움켜쥐었다.
“하하, 뜻밖이네요! 마님께서도 무당 흉내를 내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는 여전히 비웃음을 머금은 채 마차를 몰아 섭정왕부로 향했다.
안성왕은 며칠째 섭정왕부에 머물며 정무를 보던 중, ‘원씨가 뵙기를 청한다’는 전갈을 듣자 벌떡 일어나더니 곧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들여보내거라.”
그가 표정을 가다듬고 기다리는데 원씨가 석류나무 그늘을 따라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색 옷자락이 바람에 나부끼며 마치 나무와 하나가 된 듯 어우러졌고 그녀의 얼굴은 아무런 기색이 없었다. 한때 별처럼 빛나던 눈동자도 더는 온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순간 안성왕의 가슴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저렸다.
그는 오래전 어느 날을 떠올렸다. 원씨를 처음 보았을 때 비가 왔었다. 당시 안성왕은 원 대학사 댁을 찾아갔다가 정자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그때 원씨는 호수 건너 안개 낀 풍경을 화폭에 담으려다가 불만스러웠는지 붓 끝을 깨물며 가만히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성왕은 무심코 다가가 말을 건넸다.
“경치는 그저 눈으로 즐기는 것이 제일이지. 억지로 옮기려 들면 아무리 그럴듯하다고 해도 본래의 빛깔을 잃고 만다.”
원씨는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다가 선선히 웃으며 그림을 거두었다. 그 미소는 세상을 무색케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때 원씨의 눈동자엔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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