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1장 아는 사이
“까악!”
까마귀가 그의 어깨에서 내려와 한쪽에 안착했다.
“이 일본 도사들 정말 나쁘네요. 혼돈에게 누명을 씌울 생각인 걸 보면요.”
까마귀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말했다.
“살아있을 가치가 없네요.”
“까악!”
까마귀는 고대에 상서로운 동물이었고 날개는 아름다운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까마귀에는 타고난 점이 하나 있었다. 까마귀가 누군가의 죽음을 예고한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죽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까마귀가 직접 손을 쓸 생각이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숨이 멈추기 직전까지도 눈앞의 남자가 누구인지를 몰랐다.
그들은 살아서 돌아가 대사에게 이 사실을 알릴 생각이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이 마지막에 본 화면은 남자가 혼돈 앞으로 걸어가서 손을 뻗어 혼돈의 머리를 누르는 광경이었다.
곧이어 그들은 정신을 잃었다.
검은 안개 속에서 윤성훈은 손바닥을 아래로 하고 시선을 살짝 내려뜨렸다.
“이런 모습이면 희원 씨가 어떻게 널 계속 기르겠니?”
혼돈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서지석은 입을 열며 사람을 물려고 했다.
윤성훈은 한 손으로 그를 들어 올린 뒤 그의 시선을 마주했고, 순간 동공의 색깔이 달라졌다.
서지석은 고개가 한쪽으로 쏠리더니 곧 무기력하게 바닥에 쓰러졌다. 날카롭던 발톱은 서서히 들어갔지만 송곳니와 꼬리는 여전히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모습이었다.
까마귀는 정중하게 앞으로 나섰다.
“주상, 용호산의 도사들도 같이 처리할까요?”
“아니. 저기 쓰러진 일본인 두 명을 남겨두고 가자.”
윤성훈은 깊은 잠에 빠진 자신의 탈것을 바라보았다.
“혼돈을 태우고 저택으로 돌아간다.”
까마귀는 저택이라는 말에 곧바로 흥분했다.
“네, 주상!”
저택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까마귀는 윤성훈의 혼백이 회복되면 바로 저택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윤성훈은 저택에 돌아갈 마음이 별로 없는 듯했다.
하지만 진희원은 그의 탈것이 이성을 잃은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진희원에게 있어 서지석은 혼돈이 아니라 피가 섞이지 않은 동생일 뿐이었다.
윤성훈은 진희원이 괴로운 선택을 하는 걸 원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탈것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갈 잘 가르칠 생각이었다. 그러면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이번에 그의 피가 묻어서 조금 성가시게 되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을 것이다.
“주상, 이런 모습이 되었는데 혼돈은 괜찮을까요?”
그들은 함께 있을 때 절대 다치려고 하지 않았다.
흉수든 신수든 피를 흘리면 서로에게 치명적일 정도로 이끌리게 되기 때문이다.
상서의 피가 묻은 혼돈은 쉽게 이성을 잃고 난폭해진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세상을 파괴하는 흉수가 될 수도 있었다.
까마귀는 혼돈과 가장 오래 함께 한 존재였다. 흉수든 신수든 결국엔 인간들이 제멋대로 분류한 것이었다.
혼돈은 태어날 때부터 불길함을 의미했지만 그건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무엇 때문에 겨우 예언 하나로 그가 좋은지 나쁜지를 결정한단 말인가?
윤성훈은 천도를 향한 까마귀의 불만을 알아채고 낮지만 감미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말하는 와중에 계속 작게 기침했다.
“괜찮을 것이다. 난 이 아이를 일 처리가 명확한 우리 약혼자에게 다시 돌려줄 것이다.”
“주상, 예전부터 묻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까마귀는 힘쓰는 일을 했고 배짱도 좋았다.
“주상께서 처음 영상을 잃었을 때 인간 세상에서 만나셨던 사람이 바로 그분이신 거죠?”
윤성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서지석의 이마를 손으로 누르고 있었다. 이마에 기호가 나타난 뒤에야 윤성훈은 까마귀를 힐끗 보았다. 그의 눈빛은 나른하면서도 엄청난 한기를 품고 있었다.
까마귀는 등골이 서늘해져서 서둘러 해명했다.
“그분께서 많이 달라지신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지금은 아주 순애보신 것 같아요. 예전보다 훨씬 더 주상을 신경 쓰시는 것 같고요.”
“그래?”
윤성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까마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아까만큼 차갑지 않았다.
“나한테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