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5장 연기파 진희원
진희원은 그를 바라보았다.
“큰할아버지가 왜요?”
경호원은 핑계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닙니다. 제, 제가 안으로 들어가서 보고하겠습니다.”
“그렇게 귀찮게 할 필요가 있나요.”
진희원은 주변에 CCTV가 가득한 걸 보았다. 어떻게 들어가든 눈에 띄지 않는 건 힘들었기에 오히려 대놓고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제가 직접 큰할아버지께 연락할게요.”
경호원은 진희원이 정말로 연락한다면 자신이 잘릴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아뇨, 아뇨. 들어가세요. 지금 바로 문을 열겠습니다.”
경호원은 버튼을 눌렀다.
택시는 안으로 들어갔다. 택시 기사는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아가씨, 이 집안의 친척이었어요? 그러면 우리가 따라가던 건 누구였죠?”
“스파이요.”
진희원의 말에 택시 기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을 잘하시네요.”
진희원은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소년은 이때 진희원의 손목을 잡았다.
“저 집 이상해요.”
진희원은 뭐가 이상하냐고 묻지 않았다. 그녀 또한 이상함을 보아냈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곳을 조사했을 때는 이상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와보니 엄청난 원한이 대지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다.
그녀의 ‘큰할아버지’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듯했다.
택시 기사도 보았다.
“이상하다고요? 뭐가 이상해요? 아주 화려한데요.”
진희원이 왔다는 건 숨길 수 없는 일이었고 동시에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때 진원은 마침 뒷마당에 있었다.
앞마당에는 집사만 있었다.
집사는 도련님이 평범하다고 했던 진희원이 이렇게 상대하기 까다로운 줄은 몰랐을 것이다.
진원이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서 집사도 예상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진희원이 뒷마당에 가는 걸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아가씨,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집사는 기쁜 척했다.
진희원은 그를 힐끔 보더니 나른한 어조로 말했다.
“큰할아버지를 보러왔죠. 일부 주주가 종종 이곳에서 큰할아버지와 차를 마신다고 하더군요. 최근 들어 회사에 문제가 조금 생겨서 큰할아버지의 조언을 구하러 왔어요.”
집사는 그 말을 듣더니 경멸의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진희원이 그녀의 아버지처럼 무능력해서 진원만 찾는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은 과장인 듯했다. 회사가 조금 잘된 건 진희원 덕분이 아니라 그녀의 배후에 있는 사람 덕분인 듯했다.
“어르신께서는 지금 주무십니다.”
집사는 거짓말을 하면서 손목시계를 보았다.
“아가씨, 최근 들어 어르신께서 계속 머리가 아프시다고 하는데 내일 다시 오실래요?”
진희원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몸이 안 좋으시다고요? 잘됐네요. 제가 의술을 배워서요. 큰할아버지를 위해 진료해 드릴 수 있어요.”
집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어이가 없었다.
그는 진희원이 시골 출신이라 눈치도, 예의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가씨, 그건 좀...”
집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저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희원아, 이렇게 날 만나고 싶어 한다니 무슨 일 있는 거니?”
진원은 뒷마당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식을 접했다.
집사가 막을 수 있을 줄 알았으나 뜻밖에도 진희원은 안으로 들어왔다.
진희원은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회사 일 결정하기가 힘들어서요. 할아버지는 또 고집스러우셔서 할아버지랑 한바탕 싸웠어요. 할아버지는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가출해서 친구랑 같이 서울로 돌아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택시에 앉자마자 이쪽이 보여서 큰할아버지랑 얘기 좀 나누다 가려고 찾아왔어요.”
진희원은 거짓말을 술술 내뱉었다.
소년은 옆에서 침묵했다.
오직 집사만이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