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화
손 상서는 눈빛을 반짝이며 심철호를 바라보았다.
그의 속셈은 분명했다. 심철호의 입을 빌려 전씨 가문과의 혼약을 파기하고 심화영을 삼황자에게 시집보내게 하려는 것.
그렇게만 된다면 비록 전씨 가문이 분노하더라도 그 화살은 심씨 가문으로 향할 것이고 그들 손씨 가문은 뒷짐 지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리 뻔히 보이는 손 상서의 꿍꿍이를 심철호라고 몰랐을까?
하지만 그는 손 상서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오히려 단호히 말하였다.
“자신 있으시다면 그 아이를 직접 이 자리에 데려오시지요. 고작 작은 약병 하나 들고 생사 여부를 논하다니, 그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립니까? 그깟 병쯤이야 누가 후작댁에서 훔쳐낼 수도 있지 않나요?”
이때까지도 심화영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터라 심철호는 쉽게 죄를 인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송연정이 도둑질하던 버릇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지금은 다만 지난번에 내쫓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요! 지금껏 증거 하나 없이 말만 늘어뜨려 놓지 않았습니까? 저희 화영이는 어디 있죠?”
고윤희가 불러 오른 배를 감싸 쥐며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안색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깟 병 하나로 뭘 증명하겠단 말입니까! 화영이를 이 자리로 내오세요! 제가 직접 묻고 따질 터이니...”
이에 원태영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한발 뒤로 물러났다.
“화영 낭자는... 지금 상태가 여의치 않소. 내가 낭자를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은 낭자의 체면을 지켜주고자 함이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세민이 단호하게 말을 끊고 나섰다.
“삼황자 전하, 전하께서는 황실의 귀한 몸이시니 원래 같으면 비천한 이 계집종이 감히 나서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나 전하께서 눈을 뜨고도 허튼 말씀을 하시니 이 몸도 더는 참을 수가 없사옵니다! 아가씨를 위하신다느니 하시며 말끝마다 걱정하시는 그 모습, 과연 진심이옵니까? 좋습니다. 그럼 내기 한 판 하시겠어요? 자신 있으십니까?”
“내기?”
원태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 낯선 계집종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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