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화
손 상서는 이제는 손씨 노부인에게도, 그 조카인 삼황자에게도 휘둘리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심화영 쪽을 떠올리자 등골이 서늘해져 더는 삼황자와 손씨 노부인 사이의 불편한 일에 마음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몸을 돌려 곧장 서재로 들어갔다.
그 시각, 저잣거리 모퉁이에서 강구 또한 발길을 돌려 후작 댁으로 향했다.
심화영은 그때 소화원 안에서 전강훈에게 약을 시연하며 침을 놓고 있었다.
강구는 담을 타고 들어오더니 일렀다.
“전하, 삼황자가 상서 댁에 들렀다가 방금 나왔습니다.”
“손채윤은 돌아가 울고 성내고 죽어버리겠다며 소동을 벌였으나 끝내 달래지 못한 듯합니다. 삼황자가 떠난 뒤 손 상서가 크게 노한 듯했지만 정작 삼황자의 발걸음은 가벼운 것이 무슨 목적은 이룬 듯합니다. 다만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거리가 멀어 듣지 못했습니다.”
심화영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
“그들끼리야 무슨 일을 의논하겠느냐. 삼황자는 손씨 가문을 왼팔 오른팔로 삼고 싶어 하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배를 타려 하겠지.”
“손채윤은 요사이 나와 맞부딪혀 번번이 밀렸고 심지어 내가 승낙하면 삼황자가 혼약을 파기하려 한다는 말까지 퍼졌으니 그 오만한 성정으로 어찌 견디겠느냐. 게다가 송연정과 곡의가 곁에서 달달 볶아댈 터이니 손채윤은 죽어도 삼황자에게 시집갈 마음을 버리지 않겠지.”
“손 상서 또한 삼황자가 나날이 곤경에 빠지는 걸 보고는 이미 마음이 식었을 게다. 삼황자가 안 되면 이황자도 있고 사황자도 있지 않느냐. 한 그루 나무에 목매어 죽을 필요가 없지.”
“게다가 정비 또한 친모가 아니니 다른 사람에게 붙이는 것도 쉽다. 그러니 이번 일은 물 흐르듯 손채윤을 시집보내지 않기로 했겠지.”
“삼황자가 어찌 순순히 수긍하겠느냐. 궁지에 몰린 개가 담을 뛰듯 송연정을 들먹이며 위협하는 수밖에. 손씨 노부인은 질투심이 하늘을 찌르는 여인이라 예전에도 손 상서가 첩을 들이려다 집안이 쑥대밭이 될 뻔했고 그 탓에 벼슬길이 끊어질 뻔한 적이 있지 않느냐. 하물며 사생아가 바깥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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