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7화
그간의 세월 동안, 유씨 부인이 눈앞에서 가련한 척하며 여기저기 아프다 하소연하기만 하면 심화영은 곧장 연남산으로 올라가 약초를 캐오고 직접 달여 먹이며 안부를 물었다.
지난번에도 음식이 상해 밤새 속을 앓았을 때, 심화영은 밤새도록 그녀 곁을 지켰다.
유씨 부인은 송연정이 편히 잘 수 있도록 자리를 옆에 마련해 주었으나 정작 가장자리에 엎드린 심화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가슴 깊숙이 날카로운 송곳이 찌르는 듯 아렸다.
누가 나를 진심으로 대했고 누가 나를 참으로 아낀 것인지 그 조짐은 오래전부터 있었건만 유씨 부인은 혈육이라는 이름에 눈이 가려 오늘 이 지경까지 오고 말았다.
하나 후회는 없었다.
어찌 되었든 송연정은 유씨 부인의 몸에서 난 유일한 핏덩이였으니 말이다.
다만 가슴이 저려 울음이 치밀 뿐이었다.
길을 에돌아 간 심화영과 전강훈은 남들보다 먼저 맞은편 망선루에 올라 과자와 차를 시키고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갓 내린 차가 반쯤 줄었을 즈음, 유씨 부인의 마차가 상서 댁 문 앞에 멈춰 서는 것이 보였다.
송연정이 유씨 부인을 부축해 내려 문 앞에 대고 목청을 높였다.
“저는 송연정입니다! 제 부친을 뵈러 왔으니 부디 들어가 전해 주세요!”
그 목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길 가는 사람은 물론 망선루 안의 손님들까지 모두 창가로 몰려들었다.
“이런, 저기 후작 댁의 송연정 아가씨 아니오?”
“그러게, 곁에 있는 건 유씨 부인 아닌가?”
“이 장면, 낯이 익지 않은가? 십여 년 전 유씨 부인이 심씨 가문 셋째 아가씨를 품에 안고 심 대감 댁 대문을 막아섰을 때, 바로 이 꼴이었지!”
“그랬지. 그때 후작 댁 마님 회갑 잔치였는데 경성의 반이 모였더랬지. 그 자리에서 유씨 부인이 얼마나 크게 소동을 벌였는지 모르는 이가 없었지 않소.”
“허허, 그런데 오늘은 송연정을 데리고 손 상서 댁 문 앞을 막다니, 참 대단한 여인이야.”
사람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심화영은 귀빈 누각 창가에 서서 눈을 가늘게 뜨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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