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8화
“유씨 부인이 송연정을 데리고 저희 대문 앞을 가로막고 서 있습니다. 부친을 찾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벌써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하는 판이 되었습니다. 쫓아내자니 난처하고 모른 체하자니 더 곤란하여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손욱은 말을 하며 슬쩍 손씨 노부인의 눈치를 살폈다.
손욱은 본래 손씨 가문 사람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 손 상서를 따라 전장에 나갔던 부하로 이제는 나이도 지긋해졌다.
수년간 손 상서의 곁에서 충심을 인정받아 붙어 있었으니 당연히 그의 속사정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오늘 이 일이 상서 댁에 번지면 뒤뜰에 불이 붙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손 상서는 본래도 이 일을 두려워하고 있었기에 그 말을 듣자 손에 쥔 젓가락이 덜컥 바닥에 떨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손씨 노부인의 눈초리가 번뜩였다.
그녀는 눈살을 치켜세우고 탁자를 ‘쾅’ 하고 쳤다.
“분명히 말하세요! 우리 손씨 가문에서 양녀를 들인다는 것을 어찌 그자들이 먼저 아는 것입니까? 설마 다들 짜고 오늘 이 자리에서 나 이공주를 우롱하려는 것입니까?”
이공주라는 신분을 들먹이며 손씨 노부인은 손 상서의 흙 묻은 젓가락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그리도 마음이 동요하는 걸 보니, 나를 속인 일이 있는 거군요?”
손 상서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으나 반응은 재빨랐다.
그는 손욱을 향해 눈짓을 보내며 말했다.
“부인, 진정하시오. 사실 조금은 숨긴 것이 있사오나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오. 이 송연정은...”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유씨 부인과 손욱의 소생이오.”
손욱은 할 말이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그러나 사태가 이리 된 이상, 그는 낯 두껍게 무릎을 꿇었다.
“부인, 노여움을 거두세요. 이는 제가 지난날 한때 정신을 못 차려 유씨 부인과 연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이제껏 숨겼느냐!”
손씨 노부인은 두 사람을 번갈아 훑어보았다.
그 눈빛은 매서웠다.
“아니다. 사정이 그리 간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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