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9화
손씨 가문이 체면을 구기는 꼴이라면 그는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었다.
그래서 심화영의 말대로 흔쾌히 심부름에 나섰다.
심화영은 차를 채워 놓고 창가에 비스듬히 앉아 다리를 꼬고는 흥미진진하게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곁의 전강훈을 팔꿈치로 툭 건드렸다.
“어서 보세요. 오늘 판은 그 어느 연극보다 훨씬 재밌을 것입니다.”
전강훈이 아래쪽을 힐끗 내려다보더니 곧 시선을 그녀 얼굴로 돌렸다.
그의 눈길은 오래 머물렀다.
아래의 소동이 아무리 흥미롭다 한들, 전강훈에게는 눈앞의 여인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존재였다.
그토록 오랜 세월 곁에서 지내지 못했으니 이 짧은 시간을 더욱 귀히 여길 수밖에.
그 눈에는 심화영의 미묘한 표정 하나, 웃음 한 자락조차도 세상 그 무엇보다 고왔으니.
심화영은 그 시선에 뺨이 살짝 달아올랐다.
막 무슨 말을 꺼내려던 찰나, 아래쪽에서 유씨 부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님, 저는 상서 나리를 뵙고자 왔습니다. 이 아이는 바로 저와 상서 나리 사이에서 난 핏줄입니다. 마님께서 믿지 못하시겠다면 이 자리에서 피 한 방울로 친자 확인을 해 보이겠습니다!”
심화영은 고개를 떨구어 그 광경을 보며 나직이 감탄했다.
“송연정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거는구나.”
정작 유씨 부인은 자신이 이미 그녀의 판 안에 들어왔다는 것을 꿈에도 모른 채, 다만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고만 여겼다.
연이어 기침을 몇 차례 토해내고는 숨도 가쁘게 내쉬면서도 가능한 한 목소리를 높였다.
“제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제가 죽으면 연정이 또한 의지할 데가 없어요. 비록 마님께서 불쾌하게 여기실 순 있으나 죽기 전에 이 아이를 꼭 아비에게 맡겨야겠습니다. 연정이는 어쨌든 상서 나리의 핏줄이고 저 또한 이제 사경에 이르렀으니 아비 된 자의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군중이 술렁거렸다.
“허, 손 상서의 사생아라고?”
“이게 진짜요, 거짓이요?”
구경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유씨 부인이라는 사람, 큰딸은 손 상서의 사생아, 둘째는 심 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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