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화
“화영 아가씨 손에 든 건 명양왕의 봉강검이 아닌가?”
봉강검은 전강훈의 위엄이나 다름없는지라 사람들의 표정이 순간 진지해졌다.
전강훈이 직접 오지는 않았으나 이것만으로도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
손씨 노부인의 표정도 돌처럼 굳어있었다.
심화영은 봉강검을 거두고서야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손씨 노부인이 능력은 개뿔도 없으면서 기세는 하늘을 찌르시는군요. 제 아버지까지 들먹이며 막말을 내뱉기 좋아하는 것으로 보아 그다지 교양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유씨 부인은 우리 심씨 가문의 첩인데 어찌 손씨 노부인이 마음대로 때리고 죽이려 하십니까? 그런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나온 겁니까?”
심화영의 호통에 사람들의 얼굴빛이 변했다.
“이거 일이 더 커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소이다.”
사태 파악이 된 사람들은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 봐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심화영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을 손씨 노부인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서방님도 때리는 성질머리 더러운 내가 일개 계집애에게 머리를 조아리면 아니 되지.’
“나는 이 나라의 공주라서 음탕한 첩 정도는 쥐도 새도 모르게...”
“손씨 가문의 첩이 아니라 후작 댁의 첩입니다.”
심화영이 손씨 노부인의 말을 가로막았다.
“폐하께서도 신하의 후실까지는 간섭하지 않습니다. 유씨 부인은 단지 노부인의 지아비와 잠자리를 함께 했을 뿐 대제국의 법도에는 그녀를 때려죽이라는 규정이 없단 말입니다.”
이렇게 말한 뒤, 심화영은 차갑게 웃으며 덧붙였다.
“오히려 사내와 여인이 간통이 침저롱 형벌에 처할 수 있지요. 손씨 노부인의 지아비께서 그런 벌을 받아도 괜찮습니까?”
“...”
그 말에 주변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사람들은 입을 떡하니 벌린 채 심화영을 바라보았다.
‘손 상서는 선황 폐하의 시절부터 온갖 고초를 다 겪으면서 이조판서의 자리에 오른 충신이자 이공주의 지아비인데 감히 이런 식으로 말하다니. 문제는 손 상서에게 손찌검할 정도로 성질이 더럽기로 소문이 자자한 이공주도 갓 계례를 치른 소녀에 의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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