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3화
사내는 한참 동안 실컷 웃더니 갑자기 고개를 홱 떨구며 외쳤다.
“좋소! 그럼 먼저 내 몸을 묶고 있는 이 사슬을 풀어주시오. 그러면 내 이름을 알려주고 그다음에 협력하는 것에 대해 차근히 논의해 보는 게 좋겠소!”
심화영은 눈썹을 찌푸린 채 태연하게 말했다.
“먼저 이름을 밝히십시오. 그렇지 않고 제가 어찌 당신이 저를 해치지 않을 거라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사내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심화영은 곧바로 덧붙였다.
“말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다만 그리한다면 저는 곧장 은침으로 당신의 혈맥을 봉해버릴 것이니, 설령 사슬에서 풀려나더라도 평생 무력한 폐인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아니!”
사내는 분개하여 도리어 웃음을 터뜨렸다.
“그대는 나를 이런 식으로 협박한 첫 번째 여인이오!”
심화영은 고개를 기울이며 피식 웃었다.
“저는 협박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손을 댈 수도 있습니다.”
“흥! 어디 감히 해보시오.”
그가 도발하듯 말을 내뱉자마자 어느새 심화영의 손가락 사이에 반짝이는 은침이 나타나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손놀림으로 이리저리 돌리며 묘기를 부렸다.
“제가 당신을 풀어주려 하는 건 다만 연분이 닿아서일 뿐이지요. 또한 이 궁궐을 한 번쯤 뒤흔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충동이 그녀의 가슴속에서 꿈틀거렸다. 기어코 이 사내를 궁 밖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고개를 들었지만 심화영은 끝내 그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은침들을 손가락으로 팅팅 튕겨내며 금방이라도 그 일곱 가닥을 동시에 쏘아버릴 태세만 보여주었다.
“잠깐!”
사내는 그녀가 당장이라도 손을 쓸 듯해 보이자 허겁지겁 소리쳤다.
“잠깐, 잠깐. 여인이 어찌 그리 성깔이 고약하단 말이오!”
심화영은 손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뜨며 찬 기운을 흘렸다.
“저에겐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인내심 또한 깊지 않으니 서두르십시오.”
사내는 요사스러운 눈매를 좁히며 그녀를 오랫동안 뚫어져라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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