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7화
말을 마치고 심화영은 ‘쿵’하며 무릎을 꿇었다.
“소녀, 며칠 뒤에 영주를 떠나 언니의 장례를 치른 후, 운주로 가서 역병에 맞서려 하옵니다. 하나 그리한다면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마음이 편치 않사오니 소녀를 대신하여 심씨 가문을 지켜달라는 청을 드리려는 겁니다.”
그 말에 황제는 어리둥절함을 감추지 못했다.
“짐더러 심씨 가문을 지켜달라?”
황제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심화영을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황제에게 이런 부탁을 한다고?’
황제가 이리 나올 줄을 알았다는 듯 심화영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일국의 군주인 폐하께 맡겨야만 마음이 놓여서요. 만약 폐하께서 소녀의 청을 들어주시겠다면 온 힘을 다해 역병에 맞서는 것은 물론 천자교까지 소멸시키겠나이다.”
“그것이 참말이냐?”
황제의 눈빛이 흔들렸다.
의심이 들긴 했으나 심화영이 최근 보여준 행적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전강훈이 불구가 된 후로 그의 곁에는 쓸 만한 인물이 없었다.
‘조정 대신들은 말싸움이나 할 줄 알지, 천자교나 역병을 어찌 상대해야 하는지를 전혀 몰라.’
심화영을 바라보는 황제의 눈빛이 결국 변해버렸다.
‘역병이 정말로 그리 심각하다면 그것은 곧 나라가 망국의 길로 가는 징조일 터. 전대 왕조가 그리되었지.’
전대 왕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황제의 의중을 파악하고 심화영이 말을 꺼냈다.
“소녀가 그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살아서는 돌아오지 않겠사옵니다.”
이렇게 말한 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황제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소녀의 청을 들어주시어 심씨 가문을 지켜주실 수 있겠사옵니다? 폐하.”
“심씨 가문이 그리도 중요하단 말이냐?”
황제가 눈을 가늘게 뜨며 심화영을 노려보며 묻자, 심화영이 답했다.
“심씨 가문이 없었다면 소녀 또한 없었을 것입니다.”
황제는 눈살을 찌푸린 채 한참 심화영을 바라보다가 그녀가 의리를 중히 여기는 여인이라 판단하고는 마음을 굳혔다.
“짐이 네 청을 들어주겠으나 단, 조건이 하나 있다.”
“말씀하시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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