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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지영아, 굳이 저 사람하고 말 섞을 필요 없어!” 이나연이 경비들을 향해 손짓하려 하자 임지영이 곧바로 그녀를 나무랐다. “나연아, 그래도 해인 언니는 한 사장님 아내야. 그렇게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야.” 송해인은 아무 표정 없이 두 사람의 연극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휴대폰을 꺼냈다. “은찬이한테 직접 확인하죠. 그가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 임지영은 웃었다. “그래요, 마음대로 하세요.” 그 시각 연구개발 2팀 직원 몇 명이 구경하러 몰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송해인의 손에 들린 휴대폰으로 향했다. 다들 모여든 건 단순히 재미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한은찬이 이 본처에게 어떤 태도를 보일지 지켜보고 싶었던 것이다. 비록 임지영이 몇 년 동안 회사에서 한은찬의 총애를 받았다지만 어디까지나 그녀는 비서일 뿐이었다. 법적으로 보호받는 정식 부인은 송해인이다. 만약 한은찬의 마음속에 아직도 송해인이 자리하고 있다면 사람들은 송해인과 임지영 중 누구의 편에 설지 다시 계산하기로 했다. 송해인은 한은찬에게 전화를 걸자 사무실 전체가 숨죽인 듯 조용해졌다. 하지만 통화음만이 반복적으로 울려 퍼졌다. “고객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이나연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어머, 송 부장님. 대표님이 아내 전화를 안 받네요.” “나연아, 그런 말 하면 안 돼.” 임지영은 말로는 제지했지만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해인 언니, 아마 대표님이 바빠서 못 들으신 걸 거예요. 내가 대신 걸어볼게요.” 임지영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다들 숨죽이고 기다렸고 심지어 송해인도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에 든 휴대폰을 꽉 쥐었다. 송해인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일터에서조차 자신을 이렇게 모욕하지는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잠시 후 낯익은 남자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너무도 선명하게 흘러나왔다. “해나야, 왜 그래?” 송해인은 마음이 서늘해져 눈을 감았다. 단 3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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