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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송해인이 앞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 한은찬은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표님, 사모님의 탓이 아니에요!” 임지영이 서둘러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살짝 붙잡았다. “제가 조심하지 않아서 문틈에 손이 낀 거예요.” 강형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지켜보고 있었기에 참다못해 송해인을 위해 한마디 거들었다. “대표님, 오해하지 마세요. 그냥 사고 같은 거였습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한은찬은 입을 다물고 있다가 임지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디 다쳤는지 보자.” 원래 손을 뒤로 감추고 있던 임지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손을 내밀어 한은찬의 손바닥 위에 살며시 올렸다. “별로 안 아파요.” 한은찬은 눈살을 찌푸렸다. “문이 조금만 더 세게 닫혔으면 뼈가 부러졌을 거야.” 누구의 탓이라고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송해인은 그가 자기를 탓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송해인은 자신이 이제 상처받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한은찬을 그렇게 오래 사랑했어서 그의 표정 하나, 말 한마디조차 그녀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괜찮아요. 약 바르면 돼요.” 임지영이 부드럽게 말했다. “사모님께서 화내신 것도 이해해요. 오늘 연구개발부로 다시 오셨는데 제가 지난주에 연구개발부 부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들으셨으니 기분이 안 좋으신 것도 당연하죠.” 그 말에 한은찬의 얼굴이 더 굳어졌다. “아, 그 일 때문이었어? 원래 오늘 집에 가서 이야기하려 했는데. 이건 이사회에서 결정한 일이야. 임 비서랑은 상관없어. 해인아, 네가 너무 성급했어.” 그는 말끝마다 송해인이 임지영을 일부러 괴롭혔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송해인은 문득 모든 게 지긋지긋해졌다. 그녀가 십여 년의 청춘을 바쳐 사랑한 남자가 고작 이런 사람이었다니. 송해인은 애써 침착하게 연기를 이어 갔다. “그래. 그럼 오늘 밤에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하지만 한은찬은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먼저 임 비서한테 사과해야 하지 않겠어?” 그는 눈썹을 찌푸린 채 임지영을 감싸듯 옆에 세웠다. 지금의 한은찬은 전보다 한층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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