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대표님, 사모님을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 설령 제가 다쳤다고 해도 사모님이 일부러 그러신 건 아니잖아요.”
임지영이 부드럽게 분위기를 풀었다.
“이따가 회의 있으시죠? 전 준비하러 회의실에 가 볼게요.”
“나도 같이 갈게.”
한은찬은 어두운 눈빛으로 송해인을 바라보았다.
“해인아, 오늘 일은 정말 실망이야. 잘 생각해 보고 집에 가서 다시 이야기하자.”
말을 마친 그는 돌아서서 강형주에게 지시했다.
“이따가 사모님 모셔다드려.”
“네.”
송해인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나란히 걸어 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들은 어쩐지 잘 어울려 보였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임지영의 치맛자락이 한은찬의 바지에 살짝살짝 스쳤다.
그때 임지영이 발목을 살짝 삐끗했는데 한은찬은 반사적으로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그 동작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마치 습관적인 것처럼 보였다.
송해인이 앞을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강형주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눈을 가려주었다.
“사모님, 모셔다드릴까요?”
“강 비서님, 커피 한 잔 타다 줄래요? 예전에 제가 썼던 사무실에 잠깐만 더 있다가 가고 싶어요.”
“그럼요. 문 앞에서 기다릴게요.”
강형주는 세심하게 문까지 닫아 주고 나갔다.
송해인은 사무실에 들어간 후 선글라스를 벗고 곧장 구석으로 갔다. 벽에 걸린 그림을 조심스럽게 내리자 그 뒤에 있던 그녀의 개인 금고가 드러났다.
잠금장치 위에 먼지가 소복이 쌓여 있는 걸 보면 5년 동안 아무도 열어 본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비밀번호는 이미 세상을 떠난 송해인 어머니의 생일이었다. 그녀는 딱 한 번 그것을 한은찬에게만 알려 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그는 그것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았다.
금고 안의 자료는 그대로였고 송해인은 재빨리 필요한 것들을 사진 찍고는 다시 금고를 잠그고 원래대로 그림을 걸어 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형주가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 아메리카노였다.
송해인은 그것을 한 모금 마셨고 혀끝으로부터 번지는 쓴맛에 얼굴이 살짝 찌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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