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이 싹수없는 년이 일부러 그런 거야. 얄궂은 각도로 찍어서 너를 못생기고 뚱뚱하게 보이게 만든 거라고, 너는 얼마나 이쁜데! 한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미친 게 틀림없어. 무슨 시대라고 아직도 이런 짓을 해? 한은찬은 말리지도 않고 죽은 거야, 뭐야?”
정채영은 한 명도 빠짐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송해인은 사실 대수롭지 않았고 게다가 그때 준서가 나서서 그녀를 지켜주기도 했었다. 아들을 떠올리자 마음이 따뜻해졌고 그래서 더는 개의치 않았다.
“괜찮아, 한은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
상류층 사람들이 자기 뒷얘기를 하든 비웃든 송해인은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채영은 달랐다.
“너는 참을 수 있겠지만 나는 못 참아! 너는 내 단 하나뿐인 친구야. 너를 건드리는 건 곧 나를 건드리는 거라고! 이건 네가 나설 일이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할 게!”
송해인은 참는 게 아니라 아예 신경을 끊은 거였다.
“채영아, 나 정말 괜찮아. 이 일은 네가 나서지 마. 대신 내가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
사실 송해인이 걱정한 건 한은미가 아니라 정채영이었다.
톱스타 여배우로서 본래부터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데다가 방금 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쥔 터라 수많은 경쟁자의 관심이 쏠려 있는 시점이었다. 괜히 자기 일로 그녀가 또 공격받는 건 원치 않았다.
정채영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송해인 말의 앞부분은 못 들은 척했다. 한은미를 그렇게 쉽게 봐줄 생각은 없었다.
“자기야, 뭘 도와주면 돼?”
“한은찬이 가정부를 들였는데 이름이 유현숙이야. 내가 보기엔 준서랑 진희 음식 식재료를 슬쩍 바꿔치기해서 자기 손자들한테 주는 것 같아. 사람 좀 붙여서 지켜봐 줘. 그리고 부엌에 CCTV도 달고 싶어.”
“세상에 그 가정부가 그렇게 손버릇이 더러워? 한은찬 눈은 장식이래? 그런 가정부를 애들 옆에 붙여둔다고?”
혀를 차며 정채영이 말했다.
속으로 송해인은 이미 다른 답을 알고 있었고 잠시 뜸을 들인 뒤 입을 열었다.
“유현숙은 임지영이 소개한 사람이고 아마 친척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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