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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한편, 런던. 최다인의 삶은 전혀 다른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그녀는 금세 새로운 일에 몰두했다. 이 글로벌 기업은 엄격하고 전문적인 분위기였고 동료들은 전 세계에서 모여 있었다. 새로 부임한 아시아 부문 이사라는 자리, 그리고 그녀를 따라다니는 ‘소문 거리’에 대해 그 난리였던 결혼식 사건은 국내 경제 뉴스나 SNS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 궁금해하는 시선과 탐색하는 눈길은 당연히 뒤따랐지만 그녀는 그런 것들을 단정하게 처리했다. 동료나 파트너가 조심스레 언급하면 그녀는 담담히 미소만 짓고 짧게 답했다. “맞아요, 파혼했습니다.” “사생활에 어떤 문제가 있었든 제 전문성이나 업무 집중에 영향을 주진 않아요. 지금은 프로젝트에 집중하죠.” 그녀의 능력은 금방 존중을 얻었다. 회의에서는 명확하고 날카로웠고 결정은 단호했으며 시장을 빠르게 읽어내기도 했다. 영어도 유창해 소통이 매끄러웠다. 몇 건의 까다로운 문제를 그녀가 해결하고 나자 의심의 시선은 곧 인정으로 바뀌었고 뒤에서 오가던 말들도 잦아들기 시작했다. 상사는 그녀의 성과에 꽤 만족해했다. 어느 날 밤, 야근을 마치고 임시로 빌린 아파트에 돌아오자 핸드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지만 발신지는 대한민국이었다. 그녀는 의아해하면서도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침착하고 낮은 음색의 남자 목소리가 적절한 미소를 머금은 채 들려왔다. “최다인 씨, 안녕하세요. 좋은 밤이네요.” “아, 실례했네요. 저는 주은찬이에요.” 최다인은 살짝 놀란 목소리로 주은찬에게 물었다. “주은찬 씨? 무슨 일이시죠?” 주은찬의 목소리는 가볍고 부드러웠다. “특별한 건 아니에요. 런던 생활이 잘 맞고 순조롭다고 들어서요. 축하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궁금할까 싶어 공현우 씨의 근황도 좀 전해드리려고요. 아마 생각보다 더 ‘풍성’할 겁니다.” 그는 공현우가 어떻게 이사회에 묶여 꼼짝 못 하고 사방에서 몰아붙여져 허둥대며 안팎의 위기에 지쳐 초췌해진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최다인은 담담히 듣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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