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다음 날 아침, 최다인은 평소처럼 회사로 출근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짙게 화장을 해서 어젯밤 울었던 흔적을 감추려 했지만 눈가의 옅은 붉은 기와 피곤함까지는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오전에는 중요한 프로젝트 조율 회의가 있었다. 꽤 규모 있는 현지 디자인 회사와 협력해 글로벌 브랜드의 아시아 부문 전략을 추진하는 자리였다.
최다인은 아시아 부문 담당자로서 직접 참석해야 했다.
그녀는 비서와 함께 일찍 회의실에 도착해 자료를 정리했다. 상대 회사의 사람들도 하나둘씩 들어왔다.
회의가 막 시작되려던 찰나에 회의실 문이 다시 열리며 상대 회사의 마지막 참석자가 들어왔다.
최다인은 고개를 들고 보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들어온 남자는 몸에 딱 맞는 짙은 회색 슈트를 입고 있었고 늘 그렇듯 침착하면서도 약간 거리를 둔 듯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회의실을 둘러보던 그의 시선이 최다인에게 닿는 순간 무언가를 알아챘다는 듯한 아주 옅은 미소가 눈 끝에 스쳤다.
그 사람은 바로 주은찬이었다.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설마 이 디자인 회사가 주은찬 씨의 계열사였나? 아니면 지분을 가진 곳인가?’
순식간에 최다인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고 바로 상황이 파악되었다.
그의 자본력과 영향력을 생각하면 런던에 사업체나 투자처가 있는 건 이상할 것도 없었다.다만 하필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와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칠 줄은 몰랐다.
주은찬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녀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최다인과 동행한 직원이 조용히 신분을 확인했다. 주은찬은 해당 회사의 전무이자 이번 프로젝트의 수석 자문이었다.
“최 이사님, 또 뵙네요.”
그는 아주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을 뿐 어조는 딱딱한 업무 모드였다. 마치 어젯밤 그녀에게 포옹과 휴지를 내밀던 사람이 아닌 것처럼.
최다인은 빠르게 표정 관리를 하고 속에서 스멀거리는 어색함과 불편함을 눌러 담으며 프로다운 사무적인 미소를 지었다.
“주은찬 씨께서 직접 참여하실 줄은 몰랐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프로젝트 전망이 좋더군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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