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비좁은 공간에는 그 둘만 남아 있었다.
“어젯밤 잠은 잘 잤어요?”
주은찬은 싱크대에 기대 대수롭지 않게 물었지만 시선은 최다인이 파운데이션으로 애써 가린 눈가에 멈춰 있었다.
최다인은 커피를 따르던 손을 잠시 멈추더니 못마땅한 듯 낮게 말했다.
“덕분에 악몽은 안 꿨네요.”
주은찬은 가볍게 웃었다.
“그럼 다행이죠. 감정은 꾹꾹 참는 게 아니라 터뜨리는 게 좋아요. 보아하니 제 ‘포옹 서비스’ 효과가 꽤 괜찮았나 봐요.”
“주은찬 씨!”
최다인이 몸을 돌려 그를 노려봤다. 들킨 부끄러움과 짜증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다시는 말 안 하기로 했잖아요!”
“알겠어요, 알겠어. 안 할게요.”
주은찬은 두 손을 들어 항복하는 시늉을 했지만 눈웃음은 더 짙어졌다.
“그냥 우리 협력 파트너님의 심신 건강을 확인하는 중이에요. 우리의 프로젝트를 위해서요.”
“그런 건 신경 안 써도 돼요. 아주 멀쩡하니까.”
최다인은 딱딱하게 말하고 커피를 들고 나가려 했다.
“최다인 씨, 그렇게 무리할 필요 없어요. 조금은 편하게 지내도 돼요.”
주은찬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목소리는 조금 더 낮았다.
“일은 일이고... 사적으로 만나면 우린 친구가 될 수도 있잖아요. 적어도 난 그러길 바라요.”
최다인은 걸음을 멈췄다. 등을 돌린 채 몇 초간 말이 없었다.
‘친구? 누구랑? 나랑 주은찬 씨가? 그렇게 뻔한 속내에 목적이 뚜렷한 남자와 친구?
“주은찬 씨의 친구가 되려면 조건이 좀 높은 거 아닌가요?”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주은찬의 목소리에는 보기 드문 진지함이 담겨 있었다.
“최다인 씨한테는 낮춰 줄 수 있어요.”
“일단 내가 일부러 ‘최 이사님’이라고 안 부르고, 최 이사님도 딱딱하게 ‘주은찬 씨’라고 안 부르는 것부터 시작해 볼까요?”
“사적으로는 만나면 그냥 은찬이라고 불러도 되고 주은찬이라고 불러도 돼요. 뒤에 씨는 안 붙여줬으면 좋겠네요.”
최다인은 몸을 돌려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서 장난기는 사라졌고 눈빛은 담담하고 솔직했다.
“왜죠? 아직 절 이용할 가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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